“한국의 우수한 정보기술(IT)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배울 수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대표 소프트웨어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회사를 캄보디아에 선보이는 게 저의 목표예요.”
지난 22일(현지시각)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도심지역 상가트에 위치한 프놈펜호텔 그랜드볼룸 행사장.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이 연단에 올라 각자 준비한 졸업 과제물을 발표했다. 각 팀당 주어진 시간은 10분 안팎이었지만 1년 가까이 준비한 과제물이 하나둘 소개되자 행사장에 참석한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에 발표자로 나선 학생들은 모두 캄보디아 명문대에 다니는 재원들이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에 한국어도 곧잘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의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인 것은 바로 ‘코리아 소프트웨어 인적자원개발센터’(KS-HRD) 덕분이다.
KS-HRD는 국내 1호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가 2013년 4월 캄보디아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기관. 올해로 6회 졸업생을 배출한 KS-HRD는 캄보디아 이공계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IT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캄보디아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꽁 위소완나릿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이론 위주지만 KS-HRD센터는 바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다”며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뒤 상상을 초월하는 과제에 고생도 했지만 ‘KS-HRD센터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캄보디아 외국계 IT 기업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보증수표로 통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웹케시는 기업간거래(B2B) 금융 서비스가 주력인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중견기업용 회계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경리나라’가 대표 제품이다. 웹케시는 지난 2013년 캄보디아 현지에 KS-HRD센터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4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김태경 KS-HRD센터장은 “처음 센터를 열 당시만 해도 홍보 부족으로 학생 모집이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캄보디아 대학 입시에서 상위 3% 이내인 학생이 겨우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연간 4억원 안팎의 운영비가 들지만 웹케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수한 교수진에 장학금 정책까지 더해져 민간 교육기관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웹케시가 지난 6년에 걸쳐 캄보디아 KS-HRD센터에 투자한 금액은 16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웹케시의 연매출이 77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적지 않은 액수다. 웹케시는 향후 5년 내 중앙아시아로 무대를 넓히고 2030년에는 아프리카에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전파하는 KS-HRD센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석창규 웹케시 회장은 “캄보디아는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라며 “웹케시의 작은 발걸음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놈펜=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