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美 민주, 팩트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좌파의 부유세·전국민 의보 등

실질적 정책분석은 등한시하고

사실관계 뒤틀린 극적제안 많아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민주당 내부에 거품처럼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는 것은 꽤 신선한 경험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사고는 지난 30년에 걸친 당의 개혁 노력과 완연히 결이 달라 보인다. 클린턴·오바마 시절의 다소 세세한 정책은 실용주의적이자 점증적이었으며 정부의 조치와 시장 인센티브를 결합한 형태였다.

반면 요즈음의 대담한 정책안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족하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익 대중주의의 거침없는 수사에 맞서려는 열성이 지나친 나머지 민주당은 사실관계가 뒤틀리고 수치조차 맞지 않는 극적인 제안을 적지 않게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감정적 호소는 실질적 정책분석을 등한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최근 ‘60미니츠’에 출연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은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앤더슨 쿠퍼의 지적에 “내 생각으로는 도덕적 타당성보다 정확성과 사실성, 그리고 의미론적 적절성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응수했다.

아마도 사실에 관한 이런 무심한 태도는 아마존의 새로운 본사를 뉴욕에 유치하기 위해 시 정부가 제안한 지원책을 그를 비롯해 좌파에 속한 많은 인사가 사실과 다르게 전달한 방식을 설명해준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뉴욕시가 아마존 본사 유치의 대가로 아마존 측에 교사 처우개선과 지하철 보수작업에 사용했어야 마땅할 30억달러의 무상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아마존 본사 유치에 성공할 경우 시 정부와 주 정부는 공립교육과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절한 가격수준의 주택을 확충하는 데 사용될 270억달러의 세수를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마존이 인센티브로 받게 될 30억달러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추가 세수가 들어온 후에야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인센티브 중 25억달러는 “이번 거래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 아니라 아마존이 이미 수혜 자격을 갖춘 기존의 세금 크레딧”이라고 덧붙였다.

인센티브의 대가로 아마존은 최소한 2만5,000개에 달하는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롱아일랜드시티의 기반시설을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교육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아마존의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다).

아니면 유력한 민주당 의원들이 전 국민 메디케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펼치는 경주를 생각해보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전 국민 메디케어 같은 프로그램은 최소한 연간 2조5,000억달러에서 3조달러 사이의 추가 정부 지출을 필요로 한다.


현재 몇몇 제안이 나돌고는 있지만 이들 중 단 하나도 필요한 재원을 거둬들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버몬트주 출신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전 국민 메디케어 플랜은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전혀 없어 유럽이나 캐나다 의료보험 플랜보다 훨씬 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설사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전 국민 메디케어 플랜에 소요될 세수를 거둬들인다 해도 민주당이 추진하고 싶어하는 야심 찬 새로운 제안들로는 자금을 조달할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

전 국민 의료보험은 중요한 도덕적·정치적 목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의료체계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정부가 관장하는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의 이행은 숱한 차질을 초래할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어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전 국민 의료보험에 도달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시스템으로 꼽히는 스위스 의료보험제도는 명실상부한 의무가입 조항이 있는 오바마케어와 본질적으로 상당히 유사하다.

좌파 인사들이 이런 모델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마 과거의 점증적 정책들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샌더스 의원과 매사추세츠 출신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주창하는 부유세 등 좌파가 내놓은 세금 정책안들을 살펴보자.

억만장자들이 축적한 방대한 부에 과세하는 방안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부유세와 유사한 세법을 제정한 12개 유럽 국가들 가운데 9개국이 지난 25년 사이 해당 법을 폐기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부유세는 경제활동을 크게 왜곡시키고 소유주의 자산은닉을 부추기며 자산가치를 떨어뜨리고 숱한 유령회사들을 만들어낸다.

부유세에 직면한 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가 자녀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면서 택했던 의심스러운 방식을 좇아 그들이 소유한 자산가치를 낮춰 증여하려 들 것이다.

이보다 더 영리하고 나은 불평등 해소책들이 존재한다. 증여세를 소득세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상속세를 늘리며 미국의 세법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타락한 것으로 만드는 조세법상의 허점들을 틀어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억만장자들에게 부유세를 매기는 데 비하면 아무래도 감정적 만족감이 떨어진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60미니츠’에서 한 발언은 2016년 뉴트 깅그리치와 CNN의 앨리슨 카메로타 사이에 오간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카메로타는 미국의 강력범죄가 줄어들었다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자료를 제시하며 깅그리치와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맞서 깅그리치는 “미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응수했다.

깅그리치는 “선거에 나선 후보로서 나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바를 따라갈 터이니 당신은 이론가들을 따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미국에는 사실을 뒤틀고 증거를 무시하며 중요한 정책분석을 소홀히 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편견에 호소하기 위해 일을 꾸미는 주요 정당이 이미 존재한다.

민주당마저 그와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다면 미국의 정치는 틀림없이 새로운 암흑시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