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제 장래희망을 바꿔놓았고 많은 것을 변화시켰어요. 아이들을 좋아해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제가 응급구조사가 됐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인 장애진(23·사진)씨는 지난해 말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받았다. 이달 8일 동남대 응급구조과를 졸업한 장씨는 앞으로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를 살리는 일을 하며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 예정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지난 2014년 4월16일. 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던 장씨는 친구들과 함께 부푼 마음으로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대학을 응급구조과가 아닌 유아교육과로 갔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 많은 친구들이 먼저 떠나지 않고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주변에 “장래희망은 유치원 교사”라고 자주 말해왔지만 세월호 사건을 겪고 난 후 응급구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오랫동안 계획했던 꿈이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한 장씨는 응급구조사가 되기 전에 실제로 응급환자를 살리기도 했다. 지난해 안산 월피소방서로 실습을 나갔을 때 호흡곤란 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속한 초기대응을 한 뒤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는 “당시 함께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의 지시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곧 환자의 심장 리듬이 돌아와 정말 뿌듯했다”며 “이때 먼저 간 친구들이 떠올랐는데 세월호 침몰 때도 초기대응만 잘했으면 내 친구들도 살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장씨는 당장 119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싶지만 그 계획은 잠시 접어야 한다. 응급구조사 소방공무원 특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무경력자를 뽑지 않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갑자기 특채가 없어져 응급구조과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며 “대학에서 응급구조 기술을 3~4년 배운 우리는 너무 허망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119구급대에서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선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 들어가 응급구조사로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장씨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응급환자를 그냥 보내지 않도록 미약한 힘을 보탤 것”이라며 “생존할 수 있었지만 먼저 간 친구들이 지금도 무척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