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한진 송현동 부지 러브콜 빗발…'애물단지' 오명 지우나

한진그룹 연내 매각 발표하자

정식 주관사 선정도 안됐는데

대기업·시행사 등서 사전문의

용도변경 없인 호텔추진 불가

최고급 주택단지로 개발 전망

26일 한진그룹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권욱기자26일 한진그룹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권욱기자



한진그룹이 매각을 추진하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궁궐과 가까워 대대로 세도가와 왕족들의 집터였다. 호텔부터 미술관 등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위치가 좋다. 하지만 학교가 근접하고 주변에 문화재가 많아 개발이 쉽지 않다. 더욱이 땅도 1종 일반주거지다. 서울시가 용도를 바꿔주지 않는 한 4층 이하의 주택만 지을 수 있다. 한진이 10년 넘게 씨름했지만 결국 매각을 추진한 이유다. 그래서 인기가 없을 것 같았던 송현동 부지에 대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이 매각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고 주관사도 선정하기 전인데도 대기업과 부동산개발 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모양새다.

2715A13 종로구 송현동 부지 개요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DM·신영 등 부동산개발사와 CJ그룹이 송현동 부지의 매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회계법인들도 해당 부지 매각 작업에 대한 자문을 제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매각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사전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개경쟁 입찰을 할 경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CJ그룹이 실무선에서 송현동 부지 매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J그룹이 최근 미국 냉동 식품 전문기업 쉬완스 인수로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는 디벨로퍼 1위 업체인 MDM과 신영이 관심을 갖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입지조건이 워낙 좋아 고급주택지로는 충분히 개발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 추세라고 하지만 지난해 ‘나인원 한남’과 같은 최고급 주택은 이미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나인원 한남은 최저 보증금이 33억원이다. 지난해 7월 입주자 모집 당시 341가구 모집에 총 1,886명이 신청해 평균 5.5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송현동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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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매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는 송현동 부지가 대략 5,000억원대일 것으로 추산한다. 대한항공은 2008년 2,900억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00억원 이상의 높은 땅값이나 입지를 고려할 때 국내를 대표하는 고급 주택 단지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사대문 내에 앞으로 이만한 부지가 다시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에서는 송현동 개발에 대해 아직 부정적 입장이다. 송현동은 북촌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도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허용을 받은 용도 내에서 건축물을 짓더라도 서울시의 도시계획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물 높이도 16m 이하로 제한된다. 사전협상 대상지라 창의적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토지의 용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청사 등 핵심 공공시설이 가까운데다 인근에 경복궁 등 문화재가 많은 곳”이라며 “과연 이런 땅을 상업용지나 다른 용으로 개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현동 부지는 영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순종의 장인 윤택영의 집이 이곳에 위치했고 일제 강점기였던 1919년 이후에는 이곳에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다. 식산은행은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본의 한반도 경제 지배의 양대 축이었다. 조선총독부 인근에서 가장 좋은 입지인 덕에 선택을 받았다. 1945년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는 미군 대사관 숙소로 이용됐다. 삼성생명이 1997년 부지를 1,400억원에 매입해 복합문화시설을 짓기 위해 10년 가까이 시도했지만 경복궁 등 각종 문화재로 인해 포기했다. 대한항공도 7성급 한옥 호텔과 다목적홀·갤러리 등을 지으려 했으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 이내)에 발목을 잡혔다. 대한항공은 행정소송과 위헌 소송까지 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강도원·김상훈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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