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노동계 눈치보다 결국 산으로간 최저임금 구조개편

고용노동부가 27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공개한 초안대로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안은 유지됐지만 최저임금 결정기준 가운데 ‘기업의 지불능력’은 삭제됐다.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새로 들어갔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데 불과 한 달도 안 돼 최저임금 결정기준의 잣대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기업의 지불능력’은 재계에서 주장해 초안에 들어갔던 사안이다.


그런데 노동계가 반발하자 재계의 요구사항을 결정기준에서 빼버렸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최종안을 반영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이 노동계의 압박에 눈치를 보다 결국 굴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불능력’은 객관성·구체성이 부족해 결정기준을 수정했다는 정부의 설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새로 추가된 기준을 활용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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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준변경이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안이 나오자마자 경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고용수준 판단은 객관적이기 힘들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정부가 불을 끄기는커녕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정부 여당은 친노동 정권이라는 비판에 손사래를 치지만 이번 사안을 보더라도 빈말임이 드러났다.

앞에서는 기업을 고용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뒤로는 최저임금 구조개편을 반쪽으로 만들고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누가 정부 말을 믿겠는가. 더 이상 노동계에 끌려다니지 말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다시 포함하는 등 산업현장의 여건을 감안한 정책 결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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