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핵 담판에 나섰지만 합의문을 주고받지 못한 채 서로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숙소인 JW메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전면적 제재 완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가 쉽게 좁힐 수 없을 만큼 컸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친구’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3차 회담과 관련해서는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며 모호한 전망을 내놨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도 빠져 있어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충분한 의제 조율 없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 협상의 판이 깨지게 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 역시 66시간의 열차 대장정 끝에 ‘빈손’으로 귀국하게 됨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고 남북미 정상의 ‘톱 다운’ 방식에 따라 움직여온 한반도 정세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미대화 진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한국정부는 이번 회담 결렬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남북관계의 진전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현지시각)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하룻밤 만에 재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반드시 좋은 성공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협상 개시에 앞서 자신감을 피력했고 김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공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단독정상회담·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예정됐던 업무 오찬이 계속 지연되면서 협상 결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끝내 두 정상은 오찬과 합의문 공동서명 없이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하노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