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창근 사장이 용퇴 의사를 밝힌 현대상선의 이사회가 대거 물갈이된다. 유 사장을 포함해 3명인 사내이사진 중 최소 2명을 교체하고 그 자리에 한진해운 출신을 투입해 현대상선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복안이다. 4명인 사외이사진도 이달 임기가 모두 만료돼 현재 7명인 등기이사진의 면면도 대폭 바뀐다.
3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상선 사내이사 중 한 명인 김수호 컨테이너영업총괄 전무를 교체하기로 하고 후임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무는 현대상선에서 28년간 일하다 지난 2012년 회사를 떠났지만 2016년 9월 유 사장과 함께 ‘구원투수’로 돌아와 미주본부 총괄을 맡았다. 2017년 말에는 현대상선의 중추인 컨테이너사업 총괄로 이동했다. 컨테이너는 현대상선 조직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김 전무의 후임에는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 또한 한진해운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오래 맡았던 전문가다.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한진로지스틱스(현 유수로지스틱스) 미국지사 총책임자로 옮겼다. 이후 일본계 NYK와 MOL·K-LINE이 합병해 탄생한 해운사 ONE에서 영업담당을 맡는 등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해운동맹 업무도 맡아 관련 사정에 밝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현재 ‘2M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되면 낭패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이런 교체 카드는 현대상선의 경영진 쇄신 차원으로 분석된다. 박 전 상무는 김 전무의 자리를 이어받아 사내이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3명인 사내이사 중 유 사장을 포함한 2명이 교체된다. 나머지 한 명인 김만태 전략관리총괄 전무는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내이사진 전원 교체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기에 사외이사 4명 전원도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된다. 2017년 3월 당시 전준수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는 중임됐고 황영섭 전 신한캐피탈 사장과 김규복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전석홍 오토비스코리아 대표는 신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이들 사외이사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명 중 절반만 교체돼도 사내이사를 합친 7명의 등기이사 중 과반수의 얼굴이 바뀌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경영진에 대한 산은의 불신이 크다”며 “이사회 진영을 큰 폭으로 바꿔 경영을 쇄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26일 간담회에서 “물러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끝났고 이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비판적 견해도 나온다. 현대상선의 부진은 경영진보다 업황과 지나친 사업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시기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부분은 전부 매각하고 컨테이너선 사업만 남았는데 세계 컨테이너 업황 자체가 현대상선이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현대상선이 장기운송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던 벌크 전용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은 사모펀드 등에 다 팔려나갔다”며 “컨테이너 시장에서는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현대상선 같은 중소형 선사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어 누가 와도 반전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