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인정받을 수 있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자살의 산재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인정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7건이었던 자살자의 산재신청건수는 2017년 77건, 2018년(9월까지) 64건으로 늘었다. 신청에 대한 승인율은 2014년 29.8%에서 2017년 57.1%, 2018년 82.8%로 대폭 올랐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국감에 나와 “자살의 산재승인율이 최근 들어 대폭 올라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사회적 인식은 물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법원 모두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성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돼 있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고의적 자해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지만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6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다음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의 경우, 둘째,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의 경우, 셋째,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여기서 셋째, 정신적 이상 상태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정상인식능력·행위선택능력·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정신장애에 이른 경우’로 엄격히 판단했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이상 상태로 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대법원은 은행 지점장의 실적압박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사건의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하며 정신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인식능력·행위선택능력·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른 경우’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세 악화, 이로 인한 자살과의 인과관계가 보이면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자살사건의 산재인정 범위가 그만큼 확대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