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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부과의 득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의 거래만으로 세금을 낸다. 장내에서 주식을 팔 때 매도액의 0.3%를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명목으로 납부한다. 주식을 5~6회만 매도해도 1년 예금 이자만큼 세금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손실을 보고 주식을 매도하는데 세금까지 낸다면 억울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거래세 대신 수익을 봤을 때 양도세를 걷자는 주장은 당위성이 있다. 최근 들어 주식 거래 시의 세금을 내리거나 아예 폐지하고 대신 실현된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세제 변경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만약 이처럼 과세 체계가 바뀐다면 주식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그려보는 것은 투자전략 구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거래세가 폐지되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양도세 부과의 영향으로 큰 수익을 노리는 모험적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89년부터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했던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조치 이후 주식의 거래량이 늘었다는 증거는 없다. 주식시장 상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므로 원인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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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세제 변경과 관련해 알려진 내용은 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내리는 동시에 양도소득세를 올린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중소기업의 주식은 수익의 10%, 그 외의 주식에는 수익의 20%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거래세와 양도세 간의 손익을 따질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거래 양상은 변할 것이다. 전체 거래량이 늘거나 주는 것과 별도로 단기적 매매의 선호도가 높아질 우려는 있다. 주식의 매매 비용 중에는 세금 말고도 증권사가 가져가는 매매수수료도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매매수수료가 많이 내리기는 했으나 잦은 매매가 투자 성과에 좋은 영향을 줄 리는 없다. 간접투자상품 중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도 높아질 것 같다. ETF는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펀드다. 원래부터 양도세를 냈던 해외주식 투자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게 되고 국내주식 투자를 고집할 이유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끝으로 예상 가능한 또 하나의 변화는 절세 대책 마련이 부각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는 얼마 안 되는 배당소득세만 납부하면 됐으므로 사실상 비과세로 인식돼왔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세금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의 도입으로 인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계좌와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같은 비과세계좌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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