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도로 사정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지자체가 도로 관리 책임자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김한성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18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시에 배상 책임을 물었다.
A씨는 2016년 9월 새벽 전동 킥보드를 타고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를 지나다가 도로에 설치된 빗물받이 덮개에 걸려 넘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얼굴과 허리 등을 다쳤다. 이에 A씨는 “서울시가 빗물받이 덮개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를 가짐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배상 책임이 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전동 킥보드는 바퀴가 작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전동 킥보드가 최근에야 자주 운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도로를 관리할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전동 킥보드의 문제 없는 운행까지 책임질 정도의 의무는 가지지 않는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이에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전동 킥보드의 법적인 지위와 최근 이용량에 주목했다. 2심은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되는 차에 해당해 차도로 운행할 의무가 있고, 최근 널리 보급돼 이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사고 당시 빗물받이 덮개가 고정되지 않아 전동 킥보드 바퀴가 걸릴 위험을 서울시가 사전에 면밀히 점검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시가 빗물받이 덮개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으며, A씨에게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서울시의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배상 판결을 내렸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