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대한항공(003490) 대표이사 연임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 임원 겸직을 9개에서 3개로 줄일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대주주 경영권을 지키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KCGI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시민단체 등이 조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5일 대한항공은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오는 27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이사 연임안을 비롯해 박남규 사외이사 선임 건,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조기 정착,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성공적 개최 등 주요한 과제가 있다”며 “회사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 계열사의 저평가가 오너 리스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진그룹은 현 대주주 중심의 오너 경영체제를 절대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5개년발전계획’을 내놓았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위원회나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대신 사외이사를 3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안,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마련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KCGI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셈이다.
조 회장이 겸직 계열사를 9개에서 3개로 줄인다는 방침 또한 이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그가 임원을 맡고 있는 곳은 한진칼(180640)·대한항공·진에어·한국공항·칼호텔네트워크 등이다. 그러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지주회사인 한진칼, 그룹 모태인 ㈜한진, 대한항공 이외의 계열사 겸직을 해소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의 한진칼·한진·대한항공 임기가 끝날 경우 이사회에서 중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나머지 계열사는 연내 겸직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롭게 사외이사를 맡게 될 박남규 후보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해외 60여개 항공사들이 1945년부터 2010년까지 체결한 전략적 제휴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연구 등을 25년 동안 했으며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