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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저항성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혈액암·에이즈 동시 치료

전신방사선요법 안써…3년째 HIV 검출 안돼

CCR5 억제 에이즈 치료법 개발에 새 돌파구

혈액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함께 앓는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혈액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두 질환을 모두 치료한 두 번째 사례가 나왔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같은 혈액세포를 만든다.

첫 사례는 지난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급성 백혈병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미국인 남성 티머시 레이 브라운. 그는 이식 전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화학요법과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현재 백혈병·에이즈 징후는 없고 에이즈 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도 복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례는 2012년 호지킨림프종에 걸린 에이즈 환자인 영국인 남성. 2016년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저항성을 가진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브라운과 달리 전신방사선 치료 없이 표적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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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면역세포(파란색)를 감염시키는 에이즈 바이러스(노란색). /사진제공=미국 국립보건원(NIH)인간면역세포(파란색)를 감염시키는 에이즈 바이러스(노란색). /사진제공=미국 국립보건원(NIH)



HIV는 면역기능을 하는 백혈구 표면의 수용체(CCR5)와 결합해 백혈구를 공격한다. 하지만 유럽계 백인 100명 중 1명은 CCR5 유전자의 2개 부위가 돌연변이로 결실(CCR5Δ32/Δ32)돼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아 16개월 후 에이즈 약 복용을 중단했다. 이후 18개월이 넘도록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라빈드라 굽타 영국 UCL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에이즈가 완치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언젠가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생각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인 환자는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브라운보다 덜 공격적인 치료를 받았다”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공격적 치료가 줄기세포 이식 성공에 필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치료법은 암을 동반하지 않아 골수이식을 받을 필요가 없는 대부분의 에이즈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브라운을 치료했고 지금은 줄기세포 회사 셀렉스(독일 드레스덴)의 의료책임자인 게로 휘터 박사는 “CCR5를 표적으로 한 (CCR5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치료법 등을 개발하면 훨씬 광범위한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돌파구는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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