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직급·고용형태·경력 등을 총망라해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성별 임금격차가 전체 평균으로만 공개돼 정규직 여부, 경력단절, 육아휴직 등 각종 요인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7일 ‘성평등도시 서울 추진계획’ 설명회에서 “전국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해 성차별적 임금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순한 성별 임금격차에서 벗어나 직급·고용형태·경력에 따른 임금 차이와 실제 근로시간, 휴가·휴직 사용률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대상은 서울시 산하 23개 투자·출연기관 전체다. 다만 임금 공개가 사업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앞으로 노사 합의를 거쳐 공개 범위를 결정한다. 현재 서울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에 대한 선언적 합의를 투자·출연기관의 노사와 이룬 상태이며 오는 9월까지 범위 등을 놓고 노사정 합의를 진행해 10월 임금을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단순히 성별 임금 평균만 공개되는 것은 여성 근로 불평등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지난 2017년 기준 37%로 2008년 36.8%와 비교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1위다. 성별 간 비정규직 비율, 직급 차이, 입사연도, 경력단절 여부 등과 사업장별 육아휴직 자율성 등 근무환경까지 폭넓게 파악해 임금격차 요인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실장은 “현재 임금 평균만 발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고용의 전 과정에서 성별 임금 차이를 고착화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보다 여성의 지위 보장에 앞장서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할 경우 공개의 의미가 작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기관별 차이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문 실장은 “우리나라에 임금 공시와 관련한 법이 없어 시작할 수 있는 곳이 투자·출연기관밖에 없다”며 “다양한 요인별로 분석한 후 임금격차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내년 즈음부터는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