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정희 긴급조치 국가배상 불인정 판결 불복... 헌재 "헌법소원 대상 아냐"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게 아닌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 해석"

지난해 8월 이어 입장 재확인... 관련 사건 맡았던 이은애 재판관 스스로 불참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 발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해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다시 한 번 나왔다.

헌재는 윤모씨 등이 긴급조치 위반과 관련된 폭행·자백강요 등 불법 수사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2 의견으로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윤씨와 김모씨 등 3명은 지난 1974년 긴급조치 1호와 4호, 9호 등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돼 각각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 수사를 받으면서 폭행·자백강요 등을 당했다며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이므로 정치적 책임만 질뿐 민사상 책임은 없다”고 봐 원고 모두에게 패소를 결정했다. 이 판결은 2015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윤씨 등은 이에 2016년 1월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부분 자체가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지만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판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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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다만 “대법원 판결에서 긴급조치 관련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위헌이라도 국가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며 “이 사건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예외적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외에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국가채무의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과 “긴급조치로 인한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고 본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지난해 8월에도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한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이번 헌재 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관련 사건 2심 재판장이었기 때문이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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