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정된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단말기 품질 검증에 시간이 더 걸려 이르면 다음 달에나 시판이 가능해서다. 업계 상황은 고려치 않은 채 정부가 ‘3월 상용화’라는 시간표만 앞세워 소비자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은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5G 상용화 시점에 대해 “3월 말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높지 않다”며 “단말기 품질이 확보되는 시점에 (상용화)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3월 말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7년부터 외쳐온 이달 상용화가 어렵다고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다만 전 실장이 “단말기가 전혀 준비가 안된 건 아니고, 최종 점검 단계라 약간 더 시간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힌 만큼 늦어도 4~5월 중 상용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설명대로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단말기, 즉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져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가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인데 품질 안정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시·체험용으로는 이미 나와 있지만, 실제 돈을 받고 파는 제품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완성도 검증까지 고려할때 3월 말 출시는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 ‘V50 씽큐’ 출시는 퀄컴 칩 출하 일정에 달려있다. 퀄컴은 해당 5G 모뎀 칩을 상반기 중에만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용화의 다른 요소인 통신망 구축과 서비스(요금제) 사정도 좋지 만은 않다. 아직 5G 인프라가 전국에 설치되지 않아 수도권과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만 5G 통신이 가능하다. 5G 단말기를 쓰더라도 데이터가 아닌 음성통화를 할 때는 당분간 롱텀에볼루션(LTE) 망 이용이 불가피하다. 지역에 따라 데이터를 쓸 때도 LTE로 변환할 수 있다. 다만 망 구축 단계가 시범 서비스는 넘어서 상용화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요금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를 반려했다. 중·저가 요금제가 없어 고객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동통신 요금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만 인가를 받고,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인가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 요금제를 신고한다. KT 등이 요금제를 만들어 신고만 하면 서비스 조건은 충족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여서 정부와 SKT간 줄다리기에 따라 서비스 출시도 4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5G 상용화 지연에 따라 이달 말 정부 주도로 업계가 참여하는 기념행사도 잠정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3월 상용화’는 오로지 정부만의 시간표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서비스 업체 모두 ‘3월 출시(서비스)’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나 이통사 모두 완벽하게 제품이 구현됐을 때 내놓고 싶다”며 “조금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실적용으로 5G 상용화를 3월로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유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