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드는데다 경기둔화 우려, 차익실현 물량 증가 등이 겹치며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흐름이다. 반면 돈줄을 죄던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신흥국 주식 시장뿐 아니라 채권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추락했던 신흥국 증시가 회복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자금유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우려되는 분위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0.65% 하락한 2,161.54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2,230선이 무너지면서부터 5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고 코스피 지수는 한때 2,15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3일째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은 1.32% 떨어진 736.85로 장을 마쳐 코스피보다 낙폭이 컸다.
최근 지수 하락을 이끄는 것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를 사며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기록하던 것도 지난 5일부터 꺾였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사흘 연속 ‘팔자’에 나서 1,76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자금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둔화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며 글로벌 자금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금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형 펀드보다는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유럽도 ‘노딜 브렉시트’ 우려와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등 정치 리스크가 커지며 주식형 펀드의 자금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 분위기는 유동성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기에 우려를 나타내며 올 들어 금리 인상이 아닌 동결 쪽에 무게를 둔 입장을 내비쳤고 한국·캐나다·터키·호주·폴란드 등도 줄줄이 금리 동결에 동참했다. 지난해와 달리 통화 긴축 기조가 사라지면서 풍부해진 유동자금은 신흥국으로 투자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돈줄을 죄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신흥국에서 빠져나갔던 투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몰리는 것이다.
연초부터 신흥국으로는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북미와 유럽의 주식형 펀드 자금은 각각 124억달러, 174억달러가 감소했으나 신흥국에서는 245억달러 증가했다. 그 결과 이달 6일까지 중국(상하이종합지수) 증시가 올 들어 24.39% 상승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11.42%), 러시아(9.63%), 브라질(7.2%), 인도네시아(4.2%) 등의 대표지수도 강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EM) 지수 추가 편입으로 외국인 매도 우려가 많지만 한국물 비중은 극도로 낮은 만큼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초부터 역대급 순매수에 나선 만큼 비중 조절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등락은 있겠으나 모멘텀 있는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종목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