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이탈리아가 서방 주요국 중 처음으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총리가 일대일로 동참 계획을 공식화했다.
9일 라스탐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8일 오후(현지시간)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열린 한 외교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일대일로는 사회기반 시설을 연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하면서 이탈리아는 중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테 총리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새로운 ‘실크로드’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탈리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것은 기본 틀과 관련한 동의이기 때문에 서명 다음 날부터 우리가 어떤 것을 의무적으로 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에둘러 밝혔다.
앞서, 개럿 마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탈리아가 오는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때 일대일로 참여와 관련한 양해각서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또한, 이는 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EU 모든 회원국은 EU의 법규 및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이런 정책의 집행에 있어 EU의 단합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며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동참은 EU의 공동 입장과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콘테 총리는 이에 대해 “(일대일로 참여 여부는)한 나라의 전략적 선택에 관한 것이며, 그런 선택은 전통적인 우방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미국 등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테 총리는 또 이날 세미나에서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EU의 무역 규범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전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가세하면 이는 주요 7개국(G7)과 EU 창립 회원국 가운데 최초이다. 유럽 내에서 현재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비주류 국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