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이라크를 사흘간 일정으로 정상방문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2013년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다. 이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이라크와 밀착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우호를 부각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이번 방문의 메시지는 어떤 행정부나 제3국도 이란과 이라크의 형제와 같은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리 대통령도 “우리는 이란을 우리의 가족이며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긴다”며 “이란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이라크 국민을 환영했고 ISIS(이슬람국가의 옛 명칭)를 격퇴하는 데 매우 두드러진 활약을 한 점을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1,400㎞의 국경을 맞댔을 뿐 아니라 종파적으로도 이슬람 시아파가 주도하는 공통점이 있다.
애초 양국은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적대적 관계였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이 몰락한 뒤 후세인 정권의 핍박을 피해 이란에 의탁했던 시아파 세력이 이라크 정계의 공백을 채웠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에 친이란 성향의 정부가 탄생한 셈이다.
이란은 지난 2014년에는 이라크의 요청에 가장 먼저 응답해 정예군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이라크 시아파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통해 이슬람국가(IS) 소탕에 주축을 담당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라크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는 ‘우회로’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