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이 제기된 가수 정준영씨가 12일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정씨는 이날 귀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카톡방에서 동영상이 공유돼 정씨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10여명의 여성들에 대해 이미 2차 피해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정씨 등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빅뱅 멤버 승리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대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연예인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지인들과의 카톡방에서도 정씨가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해 피해 여성이 1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방송 촬영차 미국에 머물렀던 정씨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오후5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6시2분께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피해자에게 할 말 없습니까’라고 묻는 취재진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미리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 승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씨를 기다리던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공항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씨를 향해 “한마디라도 해야지”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씨의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엠 측은 “정씨가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입장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의 카톡방에 등장한 피해 여성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10개월간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다수 여성 팬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또다시 같은 혐의로 파문을 일으키고 여성을 성(性) 상품 취급하는 행태가 상습적이었다고 알려져 대중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그는 앞서 2016년에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방송에 복귀했다.
정씨가 이날 입장표명 없이 귀국한 가운데 동영상 속 여성들을 겨냥한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불법 촬영된 영상을 찾거나 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찾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변호사회는 논평을 통해 “재력가에게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여성을 철저히 물건처럼 취급하며 희화화했다”면서 “관련 연예인들과 재유포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혐의가 밝혀질 경우 엄벌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방송 출연도 중단됐다. KBS의 ‘해피선데이-1박2일’과 tvN ‘짠내투어’ 등에서 정씨의 촬영 장면은 통편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