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30-50클럽' 미래보증수표 아니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세계 7번째 '30-50' 진입 불구

中 부상 등 대내외 문제 수두룩

제조업·ICT기반 혁신 강화로

새 경제체제 전환 출발점 삼아야




한국은행이 최근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경제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961년 각각 85달러와 2,600만명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과 인구가 2018년 3만1,000달러와 5,200만명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일본·독일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만달러와 5,000만명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국가, ‘30-50클럽’에 진입하게 됐다. 약 60년 만에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과 발전을 실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산업 부문의 기여가 지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961년 당시 산업 기반이 거의 없었던 한국은 2018년 현재 반도체·화학·철강·디스플레이·리튬배터리·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수출액 세계 6위,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역량 세계 2위, 연구개발(R&D) 집약도 세계 2위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완전히 변모했다.


그러나 근래에 산업 부문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급변하고 주력산업의 성과가 낮아지면서 우리 산업의 미래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30-50클럽에 진입한 미국·일본·독일 등의 선진국과 그 외의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과 실행에 국가적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첨단제조업 파트너십, 일본의 신산업구조 비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전략은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으로서 첨단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새롭게 도래하는 기술혁명 시대에 먼저 기술주도권과 혁신역량을 확보하고 다음으로 가치사슬의 중앙에 있는 제조 부문을 첨단화해 가치사슬상 혁신파급력을 높여 미래 산업경쟁력과 글로벌 경제패권을 지속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개별 산업이나 기능별 지원에 한정하던 산업정책을 확대 강화해 국가전략의 주된 실행 도구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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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국가전략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함의는 기술 변화에 대한 산업의 대응 여부와 수준이 국가 경제를 크게 좌우한다는 인식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경쟁에 강하게 노출돼 있는 우리의 경우 산업 지형의 급변에 따른 산업경쟁력 확보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 미중 경제패권 갈등,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내 경제 내 불균형 심화, 생산성 둔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과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대내외 문제와 도전이 우리 앞에 수두룩하다. 그 하나하나의 영향력의 크기와 깊이를 생각해볼 때 국가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산업 부문이 이들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도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가전략의 마련과 실행이 절실하다. 미래경쟁력의 핵심인 새로운 기술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기술주도권과 신기술 기반 혁신의 가능성은 모든 국가에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산업의 강점인 제조업 기반, ICT 기반, 혁신역량을 새로운 기술시대의 경쟁우위 요인으로 적극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가 ICT 도래기의 성공에서 익히 경험했듯 기술 변화의 글로벌 흐름을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사회 전체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사회적 역량의 향상은 기술·인력·시장·정책·규제·법제도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며 각 분야에서 끈질기게 혁신을 시도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산업경쟁력은 결국 사회 전체의 혁신이 산업 부문에서 얻는 결실이고 혁신은 자원 투입과 혁신하려는 의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30-50클럽 진입은 분명 상당한 성취이다. 단 그 자체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경제산업 체제로 전환하는 전략적 기점이자 더 높은 미래 성취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결코 쉬운 과업은 아닐 터이나 우리가 축적한 혁신자산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저력을 다시 발휘한다면 추가적인 도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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