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패왕별희, 경극과 창극 사이...

국립창극단, 동명 경극 바탕

2년간 준비해 내달5일 무대에

우싱궈 "풍성한 판소리 연출"

소리꾼 이자람 음악 맡아 주목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에서 우싱궈 연출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에서 우싱궈 연출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창극단과 대만 출신의 연출가 우싱궈(吳興國)가 2년간 준비해온 창극 ‘패왕별희’가 다음달 5일 베일을 벗는다. 우싱궈는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해 경극을 바탕으로 현대극을 제작해온 중화권 최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이 때문에 양국의 전통극인 창극과 경극이 만나는 무대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관객들이 기대감이 높다.

창극 ‘패왕별희’는 동명의 경극이 원작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가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을 담았다. 경극의 서사를 따라가되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가 추가됐다. 창극 대본을 쓴 린슈웨이는 우희가 자결하는 패왕별희 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두 장면을 추가했다.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에서 이자람 음악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에서 이자람 음악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우싱궈는 “현재 시점에 항우의 영웅성을 다시 한번 조명하고 싶어 국립창극단에 ‘패왕별희’를 창극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를 막론하고 요즘 청년들의 삶은 쉽지 않다”며 “패장이었지만 역사에는 영웅으로 남은 항우를 통해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항우가 전쟁에서 패했지만 아직도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고, 사마천도 ‘사기’를 집필할 때 항우만 제왕편에 수록했다는 것이다. 우싱궈는 평생을 경극의 현대화·세계화 작업에 헌신해온 대가이다. ‘리어왕’, ‘템페스트’, ‘고도를 기다리며’ 등 서양 고전을 경극 양식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창극 ‘패왕별희’의 초나라 사람들 중 범증 역의 허종열(왼쪽부터), 우희 역의 김준수, 항우 역의 정보권. /사진제공=국립극단창극 ‘패왕별희’의 초나라 사람들 중 범증 역의 허종열(왼쪽부터), 우희 역의 김준수, 항우 역의 정보권. /사진제공=국립극단


창극 ‘패왕별희’의 한나라 사람들  중 장량 역의 유태평양(왼쪽부터), 여치 역의 이연주, 유방 역의 윤석안. /사진제공=국립극단창극 ‘패왕별희’의 한나라 사람들 중 장량 역의 유태평양(왼쪽부터), 여치 역의 이연주, 유방 역의 윤석안. /사진제공=국립극단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 이자람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억척가’, ‘사천가’ 등 브레히트의 희곡을 창작 판소리극으로 재탄생시키며 판소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주요섭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단편선 ‘추물-살인’,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품을 판소리화한 ‘이방인의 노래’ 등을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이자람은 “처음에는 경극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며 “배우들의 연습 장면을 보면서 창극과 경극간의 만남만으로도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탄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창극을 5~6편 관람했다는 우싱궈도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생명력과 안에서부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외침”이라며 “결코 판소리를 깨뜨리거나 무너뜨리고 싶지 않고, 가능한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초나라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이, 우희는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 김준수가,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는다. 4월5일~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연승기자 yeo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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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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