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건축가 사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건축가들도 이를 설득하기 위해 행정 시스템을 이해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영주시의 공공건축 체계를 만들고 초대 디자인관리단장을 지낸 조준배(사진) 영주시 공공건축가는 전국 각지 지자체가 벤치마킹에 나선 공공건축가제도의 주의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해 정부의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대표 선례로 영주시를 치켜세울 만큼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줄을 서서 영주시의 공공건축을 배워보겠다고 찾아온 각 지자체가 마지막에 궁금해하는 것은 ‘외부의 총괄건축가가 행정에 들어올 때 전횡을 막을 방법이 무엇인가’라고 한다. 영주시는 단장에게 부시장 자격을 주고 모든 도시·건축 관련 검토를 거치게 할 정도로 행정적 권한도 막강한 게 사실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졸지에 상관을 두는 것이고 서로 신뢰가 없으면 제도는 지자체장의 임기와 함께 단발에 그칠 거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조 건축가는 그가 영주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총괄건축가·공공건축가제도는 ‘옥상옥’이 돼서는 안 되며 거버넌스 지원 체계라는 것이 중요”하며 “민간 전문가가 공무원 조직과 맞물려 서로 ‘윈윈’하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각 지자체는 영주의 선례와 같이 민간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하지만 반대로 민간 전문가도 신뢰 없는 사명감으로 기존 조직을 깨뜨리기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에는 지자체장의 결심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정 담당자가 초기 기회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기획을 잘하면 건물의 전체 생애주기로 보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제도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부의 민간 전문가는 시스템을 갖춰둔 후 물러날 것을 주문했다. 그런 점에서 영주의 공공건축도 이제 시작이라는 것. 영주와 같은 소도시만 해도 지역 건축가를 비롯해 시공사·엔지니어링 등이 고품질의 건축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조 건축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범사업 이후 공공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공모를 통해 뽑힌 서울의 건축가와 지역 건축가·시공자를 제휴시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공공건축가는 기획만 하고 지역 건축가와 시공자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일거리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한동안 영주시 업무에서 빠져나왔다가 최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획실 소속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