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동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이 전량 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탈원전·탈석탄정책의 대안으로 LNG발전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국내 시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외국 기업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셈이다. LNG발전은 연료도 전량 수입한다.
13일 한국기계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44개 가스발전소의 가스터빈 150기가 전량 GE(미국), 지멘스(독일),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일본) 등 해외 제조사로부터 들여왔다. 신평택복합화력발전(서부발전)과 남제주복합화력발전(남부발전) 등 내년까지 완공될 예정인 LNG발전소의 가스터빈도 모두 외국산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관련기사 3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산 가스터빈의 구매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19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다. 정부가 LNG발전을 늘려도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발전을 늘릴수록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만 수혜를 보는 상황과 꼭 닮아 있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의 심장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LNG발전 설비 구매비용의 30~50%를 차지한다. 국내에 관련 기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이 해외 기업의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 10기의 가스터빈을 대신 제작한 경험이 있고, 현재 자체 기술로 최신 사양의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말 수도권 지역에 신설되는 LNG발전소에 최초로 실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다 외국산과 비교해 효율과 신뢰도가 떨어져 국내 발전사들이 외면할 공산이 크다.
국내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력시장에서는 효율이 좋은 LNG발전 전력부터 사들이기 때문에 효율은 곧 수익”이라며 “외국산 가스터빈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급격히 전환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NG발전소를 지을수록 해외로 돈이 다 빠져나가는 게 현 상황”이라며 “정부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석탄발전보다는 나은 LNG발전을 늘리겠다지만 국내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민하지 않아 국내 제조업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