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도쿄 미드타운의 유명한 쇼핑타운 지하 매장을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다. 이런저런 매장을 둘러보던 중 딸기가 한 알씩 포장된 모습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빨간 색상의 딸기 외에도 하얀 딸기와 분홍 딸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보석처럼 과하게 포장된 것을 보며 ‘누가 이런 걸 사 먹을까?’ 의문이었지만 이내 맛이 궁금해져 한 개에 2만 원 상당의 딸기를 색깔별로 맛보았다.
딸기 세 알에 6만 원이었다. 딸기를 주스가 될 때까지 쉼 없이 씹고 코로는 딸기의 향을 느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게 대체 뭘까? 기대했던 고급스러운 맛이나 향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즈오카산 딸기가 가지는 희귀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준도 농업기술과 함께 성장했기에 가능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수준 높은 딸기들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미래도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딸기는 보통 11월부터 수확하는데 매해 구정 전까지의 딸기를 가장 좋은 제품으로 여겨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구정이 지난 이후의 딸기는 급격히 저렴해진다. 딸기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
즉 가성비 최고의 딸기는 지금부터 5월까지인 것이다. 특히 올해는 딸기가 풍작이라 지난해 대비 가성비가 좋다.
국내에선 설향, 매향, 킹스베리, 금실, 죽향, 메리퀸, 아리향 등 다양한 품종의 딸기가 나오고 있다. 산지 역시 논산, 산청, 진주, 단양, 곡성, 장성 등으로 다양하다. 누가 최고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각각의 향과 맛이 개성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지난 4년간 경매가 1위를 지키고 있는 딸기가 있다. 바로 장성군 진원면에서 생산된 딸기다. 이곳의 농부를 만나 딸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귀농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많은 귀농인이 딸기 농사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딸기가 거의 1년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지만 딸기는 생각보다 키우기 힘든 작물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딸기는 하루만 지나도 크기나 경도가 급격히 바뀌어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딸기 농장의 다양한 농업 방식을 만나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노하우는 역시나 장성군 진원면에서 나왔다. 이곳에선 약을 치지 않고 천적을 활용한 농법으로 ‘충(蟲)’으로 ‘충(蟲)’을 잡아낸다. 딸기의 과나 잎을 병들게 하고 광합성을 못하게 하는 등 여러 문제를 만드는 벌레들을 그 벌레의 천적을 이용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농약을 쓰지 않고도 딸기를 깨끗하게 재배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이 딸기를 물에 씻지 않고도 안전하게 먹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좋은 딸기를 키우는 농가는 대개 묘를 직접 키워 딸기 농사를 짓는다. 좋은 딸기가 나오는 농가의 묘로 농사를 지을 경우 99% 이상 좋은 딸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선진 기술을 도입해 훌륭한 딸기를 생산해낸 농부들의 노고로 맛있고 훌륭한 딸기를 우리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앞서 말한 일본의 어마 무시한 가격의 딸기처럼 ‘우리 딸기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농업기술과 가치를 이해하는 우리 소비자가 있다면 우리도 1㎏에 2만 원이 아닌 1개당 2만 원의 딸기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관행농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 장성군 진원면의 딸기 농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농부들과 한국 농업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반얀트리 F&B 총괄 이사·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