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우리는 핵보유 북한을 받아들일 것인가

오현환 논설위원

北, 핵포기 확실한 약속 없는데

빗장 하나둘 풀다간 안보 위협

3050클럽 국가 金에 바칠수도

국제사회와 北제재 공조 강화를

여론독자부 오현환 부장.



마을 가까운 언덕에 양 떼를 지키는 목동이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소리친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몽둥이를 들고 몰려온다. 하지만 늑대는 없다. 사람들은 거짓말에 욕하고 돌아가고 목동은 이를 즐겼다. 목동은 그 후 세 번의 거짓말을 더 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언덕을 올라왔다. 그러다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무시했고 늑대들은 양 떼를 다 잡아먹어 치웠다. 기원전 6세기 무렵 그리스 이솝이 모은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북한이 웬만한 도발을 해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이 워낙 많아 항생제처럼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신조 등의 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아웅산 묘소와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제1·2연평해전’ ‘천암함 피격’ ‘연평도 포격’, 그리고 이제 핵·수소폭탄실험 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이어지고 있다.

핵무기는 터질 경우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없는 국가’는 있는 적대국가 앞에 죽거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고 ‘있는 국가’끼리는 피해를 우려해 전쟁을 할 수 없는 불가침조약을 맺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가족들과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할 북핵을 둘러싸고 동북아에서 열강들이 최후의 한판을 벌이고 있는데도 우리가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만으로 주요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에 지하시설이 1만곳에 달하고 그중 상당수가 핵 시설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핵시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난 2월 하노이회담 때까지 6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왜 하겠는가. 게다가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와 우리가 요구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란 남한에 핵우산이 존재하는 한 비핵화를 할 수 없다는 얘기로 결국 안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 북한은 왜 경제개발 의지를 밝히며 핵 포기 의사도 비칠까. 한 개씩 주고받는 살라미 협상으로 제재를 풀고 최소한의 핵무기를 인정받기 위한 노림수다. 가짜 비핵화에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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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전선에서 왜 중국과 북한 편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미국보다 하나씩 주고받아야 한다는 북한 입장에 동조했고 비핵화 없이는 제재를 전혀 풀 수 없다는 미국과 마찰하고 쌍중단(핵·미사일 실험-한미연합훈련 중단), 쌍궤병행(비핵화-평화체제구축)의 중국 주장에 편승했다.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한미연합 3대 훈련이 중단되고 전략무기도 불참하기로 한 만큼 쌍중단은 결실을 거뒀다. 오죽하면 외신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겠는가. 북한에 핵 있는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핵은 용인할 경우 한국과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불러오고 결국 NPT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이를 원하지 않아 결국 해결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비핵화,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묵인하는 모호한 형태의 야합이 우려되기도 한다.

우리는 북핵의 절실한 당사자로서 핵을 이고 살 수가 없다. 3대 세습 사상 유례없는 전체주의 독재정권에 나라를 바칠 수는 더더욱 없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정치학계 세계적 석학인 박한식 교수는 지난해 국회에서 가진 강연에서 “북은 핵 원료 제조기술, 제조경험, 핵탄두를 가졌다. 핵은 포기할 수도 포기되지도 않는다. 북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걱정”이라고 했다. 북한의 진짜 비핵화를 위해 서방세계와 공조를 다지며 제재를 철저히 관철시키고 필요하면 더욱 강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빗장을 하나둘 풀어주다가 안보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30-50클럽의 국가를 김정은에게 바치게 될지도 모른다. 늑대가 양 떼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할 때다./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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