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에서 발생한 마약·성범죄, 그리고 경찰·업소 간 유착 의혹의 파장이 커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여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야 3당이 요구하는 선거제 개혁에 응하는 대신 검경 수사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패스트트랙 처리를 내걸었을 만큼 관련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경찰 권한이 확대되는 데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14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으로부터 ‘버닝썬’ 사태 업무보고를 받는 등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버닝썬’과 관련한 각종 논란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진상조사 대상에 오른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야당 의원들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한 경찰 유착 의혹을 각각 집중 추궁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버닝썬 사태에서 일부 경찰이 범죄집단과 밀착해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폭행까지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 경찰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치경찰제를 하고 나서 지방 유지, 토호세력과 경찰이 더 밀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여당 의원들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날 김병관 민주당 의원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제일 걱정하는 게 지역 토호와 경찰의 결탁”이라며 “나중에 자치경찰위원회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정말 주민에게,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한정 의원도 “자치경찰로 가고 검경 수사권 분리를 해서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청장의 입장인데 이것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게 가능하겠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경찰이 계속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경찰이 연루됐다는 보도도 있고 해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