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IMF 외환위기 때 경쟁 은행이 부실에 허덕일 때 엄격한 규율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로 건재를 과시하면서 ‘관리의 신한’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신한금융이 바뀌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전 계열사에 자율 확대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어서다.
1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그룹 내 독서모임을 통해 ‘BTS Insight : 잘함과 진심’이라는 책과 저자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등 BTS 성공 비결을 ‘열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서도 BTS 얘기를 꺼냈다. 그는 “(BTS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멤버 스스로가 자율적 통제를 따랐기 때문”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등 모든 사생활에 있어서도 멤버들에게 의사 결정의 자율성을 주니까 오히려 확실한 리스크 관리가 됐고 팬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BTS는 멤버 스스로가 의사 결정을 하는 ‘자율형 아이돌’로 육성돼 각자가 생명력 있는 스토리와 음악으로 팬들과 호흡하면서 전 세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익숙했던 관행을 다 버리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의 업무처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위계질서에 따라 확인받는 절차를 폐기하고 젊은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라고 주문했다”고도 했다. 신한금융은 삼성그룹처럼 금융권에서 ‘관리’의 대명사로 평가받아왔다. 과거에는 군대식 조직문화와 경직된 업무처리 방식이 리스크 관리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해왔다면 핀테크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조 회장의 ‘지시’ 내려가자 신한금융지주는 업무상 전결권 범위를 하위조직까지 확대했다. 업무상 필요한 경비나 해외출장, 휴가 등의 인력운영의 결정권이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경영진에만 주어져 있었지만 최근 해당 부서장 재량으로 위임했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 규정도 개정했다.
조 회장은 “시대 흐름에 맞춰 신한의 모든 것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며 “고객은 물론 내부소통도 확대하는 등 경영전략의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