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런 상황서 수사권 조정이 무슨 의미 있나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빅뱅 멤버 승리의 단체 카톡 대화방에서는 경찰 최고위직이 뒤를 봐준다는 언급이 나왔다. 버닝썬은 마약과 성폭행, 성관계 동영상 촬영·유포 등 온갖 비리와 범죄 혐의에 얽혀 있었지만 그동안 버젓이 운영돼왔다.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심증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지난해 8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수사 종결한 바 있다. 버닝썬에 지분 투자한 호텔 대표가 강남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과 범죄조직이 한통속으로 나오는 영화나 다름없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 가운데 상당 부분을 경찰로 넘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범죄를 수사한 뒤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넘기고 그렇지 않으면 자체 판단에 따라 무혐의로 끝낼 수 있게 되는데 버닝썬 같은 사건이 어떻게 드러나 처벌받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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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불신을 받는 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현재 청와대 특감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지만 수사는 하지 않은 채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손혜원 의원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기도 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대통령에게까지 수사가 미칠 수 있는 드루킹-김경수 게이트에 대한 수사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밥그릇 뺏기 싸움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검경이 할 일은 자기 몫을 늘리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제대로 지키는 데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다. 경찰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번 사건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 하고 검찰도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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