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기업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할 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조치로 미국은 명확히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퀄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양자 협의를 통해 공정위의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15일(현지시간) 한미FTA의 ‘경쟁 관련 사안’(제16장)에 대한 협의를 한국에 처음 요청했다고 밝혔다.
USTR은 과거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 관련 사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이 문제 때문에 한미FTA 상의 협의를 공식 요청한 것은 FTA 발효 7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한미FTA 협정문은 한 당사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다른 당사국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USTR은 한국 공정위의 일부 심리가 미국 이해당사자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검토하고 반박할 기회를 포함해 특정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미국 이해당사자가 자신을 변호할 능력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USTR이 문제 삼는 조항은 한미FTA 제16장의 1조 3항이다. 이 조항은 경쟁법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소집되는 행정 심리에서 피심인이 “자신을 방어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USTR은 그동안 한국 측과 여러번 회의를 하고 서한 교신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광범위하게 노력지만, 최근 제시된 한국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았고 한미FTA상의 의무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STR은 또 한미FTA 이행 의무를 충족하고, 조사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과 다른 관련 자료가 제3자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의 제도 변경을 원한다고 밝혔다.
USTR은 특정 조사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퀄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퀄컴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양자 협의를 통해 공정위 조치의 정당을 주장할 계획이다. 양자 협의 요청을 받은 당사국은 다른 당사국이 제기한 우려 사항에 대해 ‘충분하고 호의적인 고려’를 해야 하지만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경쟁 관련 사안은 분쟁해결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