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수수료 인하에 밴사 일자리 3만개 위태

실적 갈수록 악화 고사위기 몰려

업계 1위 나이스 마저 순익 급감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최고 50만원가량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오승현기자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최고 50만원가량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오승현기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최고 50만원가량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최고 50만원가량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여파로 카드 업계의 후방산업인 밴(Van)사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정부가 수수료 인하에 개입하면서 카드사의 실적 악화는 물론 무이자 할부 등 카드 고객 혜택 축소, 카드사 인력 감원, 중소 밴사 실적 악화 및 감원 등으로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 밴사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에 내몰린 카드사들이 밴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올해 3만명에 가까운 밴사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밴 업계 1위인 나이스정보통신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0억원으로 전년(366억원) 동기 대비 18% 급감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의 연간 순익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0년대 이후 처음이다.

다른 상위권 업체인 한국정보통신은 2017년부터, KIS정보통신은 2016년부터 이미 당기순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밴사의 총 순익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줄었다. 밴사의 한 관계자는 “나이스정보통신마저 실적이 돌아섰다는 것은 업계 전체가 고사 직전에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밴사들의 실적 악화는 수년간 이어져온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밴사는 가맹점 관리, 카드 전표 매입과 결제 중개 등의 업무를 맡아 카드사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로 이익이 감소하면서 밴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여왔다. 실제 밴사 중개 수수료 수익은 2016년 1조1,662억원, 2017년 1조1,508억원, 지난해 상반기 5,570억원으로 3년간 정체됐다. 더구나 지난해 발표된 카드 수수료 종합대책에 따라 연간 8,000억원 규모에 달했던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올해부터 줄어들면 밴 수수료 인하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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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은 밴 수수료 정률제 전환, 전표 업무 직매입 도입 등을 통해 밴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카드사가 결제 건당 발생하는 업무대행 수수료 체계를 정액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밴사는 소액결제를 통해 받는 수수료가 감소했다. 정액일 때는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100원을 줬지만 정률제로 바뀌면서 결제금액의 평균 0.28%를 적용하기 때문에 수익이 확 주는 것이다.

또 일부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카드 전표 매입 업무를 밴사에 맡기지 않고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에 카드 업계는 건당 20원가량의 매입 업무 수수료를 지급해와 연간 약 2,000억원의 비용을 치르고 있어 직매입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밴 업계는 주된 수입원을 잃게 생겼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소속 11개 밴사가 직매입 방식을 확대 중인 롯데카드를 상대로 불공정계약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카드사와 밴사 간 ‘집안싸움’에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밴사의 대리점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는 밴사에, 밴사는 대리점에 비용을 전가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거나 기존 가맹점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밴사는 가맹점 수수료의 10% 안팎을 카드사로부터 받아 이 중 일부를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대리점·밴사 등 밴 업계에 종사하는 3만3,000여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수익성이 ‘제로’ 수준으로 나빠지자 일부 영세 대리점은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로 중소형 밴사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영세한 밴 대리점 역시 설 자리를 잃어 1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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