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경이 만난 사람] 최양하 한샘 회장 "가구 아닌 공간을 팝니다... '리하우스' 해외로 전파할 것"

소비자 개성 살린 콘셉트·시공기간 최소화 전략 제대로 효과 발휘

기업의 힘은 결국 사람...작년 200명 신규채용·계약직 정규직 전환

가구와 가전의 경계 허물어져...스마트홈 사업도 꾸준히 확대 예정






대담: 정민정 성장기업부장




“요새 옷이나 구두를 맞춰 입는 분이 몇이나 될까요? 수제화를 산다고 해도 기성 브랜드에서 제작해 나온 것을 사는 경우가 더 많지요. 인테리어 시장도 기존의 ‘커스텀 메이드(custom-made·주문제작) 중심에서 ‘레디 메이드(ready-made)’로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개인의 호불호가 곳곳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성품’처럼 찍어낼 수 없다는 게 통설이지만 한샘리하우스는 그러한 약점을 보완해 기성품이면서도 스타일별로 고객의 개성을 살렸습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시 1주년을 맞이한 ‘한샘리하우스’의 강점을 소개하며 인테리어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테리어 견적을 상담하고 시공과 사후서비스(AS)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한샘리하우스는 복잡하고 불편했던 기존의 인테리어 시스템을 소비자 입장에서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해석한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가정마다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공간에 대한 니즈를 고려해 다양한 인테리어 스타일과 그에 맞는 가구와 소품·가전 등도 함께 추천해준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가 ‘집을 예쁘게 고치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면 굳이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되고, 도배·마루·욕실 등 각각의 시공업체와 상담하고 견적을 받아 어렵게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한샘리하우스 패키지 상품은 지난해 2월 론칭 이후 약 6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매달 400~500세트 이상 팔릴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공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세트당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매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소파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거실을 팔며, 책상을 파는 게 아니라 자녀 방을 판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한샘은 앞으로도 가구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회사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테리어 시장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샘리하우스의 탄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최 회장은 “사실 한샘은 부엌 리모델링 사업인 인테리어 키친(ik)을 2007년부터 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자연스럽게 집 전체를 바꾸는 것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이유로 2016년 한샘리하우스의 기본 콘셉트를 선보였지만 패키지 상품이라는 형태로 나오기까지는 2년가량 걸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테리어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가장 중요한데, 과연 소비자가 그러한 관행을 깨고 (한샘리하우스를) 선택할 것이냐는 반론이 많았다”며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샘리하우스에서는 필요한 건자재 등의 모듈화를 통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고객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던 가구회사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을 출시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샘 상암 본사 한 층을 통틀어 꾸며놓은 한샘리하우스의 모델하우스들은 소비자의 연령대와 자녀 수 등에 따라 설정된 콘셉트에 맞춰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인들도 종종 여기에 직접 와서 보고 그 자리에서 계약하기도 한다”며 “20억원, 3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도 모델하우스를 보고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만큼 인테리어 수요가 있다면 1억원 내외의 리모델링 비용 역시 충분히 감당할 만큼 시장은 성숙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16년 28조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오는 2020년에는 4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순항 중인 한샘리하우스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와 대면하는 영업부터 발주, 제품의 생산조달, 출고, 마지막 단계인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한샘이 커버해야 하는 만큼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해 200여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시공과 영업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는 것은 한샘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며 “각 프로세스마다 전문인력을 갖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어려운 만큼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샘은 시공 사원만도 5,0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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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기업의 힘’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최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진취적인 회사라고 손꼽히는 구글은 ‘사원’ 대신 ‘파트너’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직장은 내가 성공하는 발판을 만드는 곳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샘 역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이들과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시선은 한샘리하우스의 성공에서 더 나아가 미래의 집 ‘스마트홈’을 선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향하고 있다. 그는 “미래 공간은 사물인터넷(IoT)과 각종 정보통신기술(ICT)과 긴밀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객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스마트홈 서비스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시회에서 한샘은 코골이 감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모션 베드를 출시하고 구글홈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해 거실 스크린을 내리거나 침실 내 제품을 제어하는 등의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LG전자와 손잡고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결과에 따라 가전과 가구가 알아서 최적의 공간에 맞게 온도와 습도, 공기 질 등을 조절하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을 선보일 방침이다.

“가구와 가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가구회사가 빌트인과 같은 가전의 영역을 넘보고 가전회사가 가구 같은 가전을 출시하죠.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바깥 공기를 청정하게 만든 후 온도·습도를 맞춰 실내에 넣어주는 공조시스템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스마트홈을 꿈꾸고 있습니다.”



‘가구 업계의 삼성’이라는 별칭을 가진 한샘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유독 약하다는 평가는 최 회장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부엌 가구를 선보이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저력을 믿고, 계속해서 도전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국 부엌 리모델링 시장은 과거의 국내 시장처럼 캐비닛과 상판·싱크 등 제각각 다른 업체를 통해 딜러가 공급받고 그걸 딜러가 직접 시공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시공 시간만 8주에서 12주가량이 소요되죠. 하지만 우리는 인테리어 키친을 통해 길면 1주일, 빠르면 3일이면 해결합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 언제부터 도입할지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최 회장은 미국 시장에 대해 우선 부엌사업부터 시작해 안정 궤도에 오르면 한샘리하우스까지 펼쳐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5년 진출한 중국에서는 적자폭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상하이에 연면적 1만3,000여㎡(약 4,000평)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등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던 한샘은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과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7년 한샘의 중국법인 적자는 364억원, 지난해에는 258억원 수준이다. 한샘은 올해 100억원 수준으로 손실폭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진행해 내년에는 흑자 전환을 이뤄낸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직접투자 대신 현지 선두권 인테리어 시공업체와 손잡고 패키지 판매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세부계획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중국 시장의 경우 한샘리하우스 모델을 도입하려고 해도 전문인력 육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사업 범위를 축소해 손익을 내는 쪽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최근 골조 중심 분양에서 모델하우스 분양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상위권 건설회사 등 법인고객(B2B)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입사 40주년, 대표이사 취임 25주년을 맞이한 최 회장은 한 회사를 수십 년간 다닐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주변머리가 없는 성격 탓”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후 곧이어 “직장은 내가 성공하는 발판을 만드는 곳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녔다”고 답했다. “식당도 한 번 인연을 맺으면 30년은 줄곧 다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 가다 보면 원로급 손님 대접을 받아요. 옆 테이블과 같은 것을 시켜도 다른 대접을 받지요. 톱니바퀴 같은 대기업 문화가 싫어서 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중소기업(한샘)으로 왔는데 당시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게 아니겠어요?” 그의 간명한 대답 뒤로 호탕한 웃음이 따라왔다. /정리=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He is...

△1949년 서울 △1968년 2월 보성고 졸업 △1973년 2월 서울대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 △1976년 6월 대우중공업 입사 △1979년 1월 한샘 입사 △1983년 1월 한샘 공장장 △1989년 1월 한샘 상무이사 △1994년 1월 한샘 대표이사 전무 △1997년 1월 한샘 대표이사 사장 △2004년 6월 한샘 대표이사 부회장 △2010년 1월~ 한샘 대표이사 회장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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