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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악질경찰'] 뒷돈 챙기던 부패 형사, 한 '인간'으로 거듭나다

재벌 음모 마주하고 각성...코믹·액션·스릴러 재미

'세월호 참사' 눈물샘 자극 장치로만 활용은 아쉬워

영화 ‘악질경찰’의 스틸 컷.영화 ‘악질경찰’의 스틸 컷.



경기도 안산의 단원경찰서 형사인 조필호(이선균)은 습관처럼 뒷돈을 받아먹고 조직폭력배와도 수시로 결탁하는 ‘악질경찰’이다. 감찰반의 ‘체크 리스트’ 1순위인 그는 어느 날 목돈이 필요해지자 경찰의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됐다고 판단한 사건 당일, 조필호의 사주를 받은 청년이 창고에 들어갔다가 의문의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조필호는 폭발 사건의 증거를 지닌 고등학생 미나(전소니)를 추적하다가 배후에 드리워진 거대 재벌의 음모와 맞닥뜨린다.

600만 관객을 동원한 ‘아저씨’로 유명한 이정범 감독의 네 번째 영화인 ‘악질경찰’은 부패한 형사의 갱생 드라마를 경쾌하게 담아낸다.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부침이 있었던 이정범은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와 스릴러·액션을 능수능란하게 결합해 두 시간 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형사물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 대사처럼 “경찰이 무서워서 경찰이 된” 조필호는 용의자로 수사 선상에 오른 뒤에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지며 제 살 궁리만 한다. 사명감이나 직업윤리 따위는 애초에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랬던 그는 자신이 범행을 계획했다가 더 큰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변화하고 각성한다. 비록 공부는 안 하고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지만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인 고등학생 미나를 지켜줘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태성그룹 회장(송영창)한테 불려가 참기 힘든 모욕을 당한 순간 악질경찰은 ‘괴물’에서 ‘인간’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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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질경찰’의 스틸 컷.영화 ‘악질경찰’의 스틸 컷.


‘악질경찰’은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갈 만큼 대중영화로서 충분한 매력을 지녔지만 독창성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나쁜 형사가 더 나쁜 놈과 싸우는’ 이야기는 이미 ‘공공의 적’ ‘추격자’ ‘끝까지 간다’와 같은 영화에서 많이 봐왔다. 거대 재벌과 사회 권력층의 커넥션 역시 ‘부당거래’나 ‘내부자들’ 등의 영화가 여러 번 써먹은 소재다.

배우들의 연기는 고르게 훌륭하다. 특히 재벌 회장 역을 맡은 송영창은 개성 있는 말투와 표정으로 ‘탐욕에 물든 기업인’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원맨쇼’를 펼치며 시종일관 작품을 끌어가는 이선균 역시 능글능글하면서도 속에는 여린 진심을 품은 인물을 제대로 연기했다. 다만 각본 자체의 독창성이 부족한 탓에 자신이 과거 출연했던 ‘끝까지 간다’의 형사 캐릭터와 별다른 차별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활용한 방식도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많은 희생자를 낸 국민적 트라우마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대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한 인상이 짙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에 기반을 둔 플롯은 속도감 넘치는 형사 액션물을 표방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면서 무의미한 감상주의를 덧입힌다. 20일 개봉.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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