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관세청 격인 중국의 해관총서는 지난 2월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하고 수입 역시 5.2% 줄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과 내수 둔화가 맞물리면서 수출과 수입 모두 쪼그라든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무역이 위축되자 덩달아 한국의 대(對)중 수출도 위기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떨어지자 전체 수출 역시 11.1% 빠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 하방을 인지하고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중 무역충돌 결과에 따라 상황은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17일 “중국 경제가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 국가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중국의 전국 도시 실업률은 5.3%다. 이는 2017년 2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월간 소비판매액 증가율도 8.2%로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최저치(8.1%)에서 반등하지 못했다. 주 실장은 “그간 중국의 성장률은 과도하게 뻥튀기된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공급 과잉으로 중국 내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6.0%까지 낮췄지만 이마저도 높아 보인다”면서도 “미중 무역전쟁 결과가 반영되면 실제 5%대까지 떨어질 것이고 이때부터 중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점은 중국의 경제 둔화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신(新)남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은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아 중국 경기 둔화 시 위기가 급격히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 실장은 “동남아 국가는 중국 경제에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며 “우리나라가 아세안 수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역시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하방 압력을 받는데 아세안 국가의 영향력까지 합치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규림 현대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및 경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자본이 자국의 경기침체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해외직접투자(FDI)가 감소했음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2017년보다 약 2.8배 증가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은 7억 7,000만달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체 FDI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1.5%에서 2018년 4.6%로 늘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향후 미중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허브국인 만큼 우회 수출기지로서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요인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기술 유출 및 경쟁 심화 등의 부정적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