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중국계 없으면 美대학 연구실 안돌아가..中반도체벤처 실리콘밸리에 수백개 달해 충격"

■마이클 박 '5G R&D벤처' 대표가 본 美첨단기술 현장

中IT사 공공장소서 파티 열며

인재 200~1,000명씩 뽑아가

화웨이 4G장비 30%이상 깔려

美서 완전 퇴출하기도 어려워

장기적 AI 등 中에 뒤질 가능성

韓정부 큰 그림 갖고 움직여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5G 무선장비 개발 벤처회사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 대표가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마이클 박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5G 무선장비 개발 벤처회사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 대표가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마이클 박



“중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수인력을 빨아들인 지 한참 됐어요. 미국의 대학 연구실은 중국계 석·박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지요. 한국도 적극적으로 첨단기술 전쟁에 뛰어들었으면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5세대(5G) 무선장비 연구개발(R&D) 벤처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56·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의 50~100년을 놓고 세력 싸움을 하는 것이다. 5G 등 첨단 융합기술력과 정보전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 엔지니어링·사이언스과를 나와 혁신적인 5G 중형 기지국 무선장비를 비롯해 수소연료 생산·저장·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나서며 모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중국 선전의 싱가포르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대표로도 활동했다. 그 전에 ADSL 모뎀사인 엑스피드네트웍스 최고경영자(CEO)로 기업공개(IPO)도 했고 나노기술 벤처인 나노스텔라 CEO에 이어 나노엑사 CEO로서 한국에서 사업을 펴기도 했다.


“중국 IT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벤처를 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이나 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에 투자하는 10억달러나 5억달러짜리 펀드를 많이 만들죠. 그 규모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공격적입니다.” 그는 이어 “그들끼리 똘똘 뭉치는 게 참 대단한데 누가 봐도 중국 정부가 밀어준다고 본다”며 “한국계인 제가 볼 때 마음이 착잡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위챗 등이 각각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를 200~1,000명씩 뽑아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큰 파티를 열어 비전을 설명하고 인재를 채용하기도 한다. 그는 “중국계 벤처인 호라이즌로보틱스에 갔더니 ‘자율주행차와 AI 관련 중국계 반도체 벤처가 실리콘밸리에만 250~300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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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중국 선전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중국과 합작사 대표로 일할 때 보니 갖은 방법을 쓰고 압력을 가해 기술전수를 받아간다. 투자조건이 그렇다. 사람도 같이 일하면 경계선 없이 섞이게 된다”며 “중국이 잘나가다 보니 굉장히 고자세를 취해 외부 사람은 상당히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대형 첨단기술 회사 인수합병(M&A)을 불허하고 우수인력 빼가기도 견제하며 자본 유입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과 기술·인력이 미국에서 퇴조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이 정말 ‘죽자 사자 하는’ 식으로 제지하는 것인지 조심스레 지켜보는 단계”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를 ‘스파이 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에도 이미 화웨이 4세대(4G) 장비가 30% 이상 깔려 있어 완전히 퇴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기초연구의 산실인 대학에서도 중국계 학생이 없으면 R&D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미국의 제조업이 과거 중국으로 많이 이전하고 소프트웨어 파워가 부각되는 것에 맞춰 백인이 이공계 대학원에 가는 게 많이 줄었죠. 학부생이나 석사과정도 중국 등 동양계가 많아졌고 박사과정도 중국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예요.” 미국 대학에 중국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나 중국계가 박사를 받고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받는 것에 견제가 들어가더라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했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삼성밖에 없죠. 워낙 세계적 대기업이지만 5G 장비에서 세계 톱3에 들지는 못해요. LG나 현대자동차도 실리콘밸리에 진출했으나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포진해 있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어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귀환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도요타가 자율주행차나 AI 기술 개발을 위해 10억달러가량 투자하고 혼다도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에 6억~7억달러를 투자했다”며 “한국 톱5 대기업은 힘은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규제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큰 그림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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