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비핵화 큰 그림 다시 그릴 때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빅딜 제의를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핵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대북제재를 맞바꾸는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지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 보름 만에 북한이 미국의 제의를 거부한 것이다. 최 부상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며 핵·미사일 발사 유예 철회 여부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후 1년 가까이 진행된 비핵화 협상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게 됐다. 아직 북미 양측이 판을 완전히 깬 것은 아니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당분간은 협상 동력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협상을 이끌어내려 했던 우리 정부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북미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북한 비핵화 범위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북한에 핵·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WMD를 폐기하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은 영변 등 일부 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완전한 제재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단계적 해법은 1994년 이후 25년 동안 펴온 살라미 전술의 일부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는 찔끔찔끔 핵 폐기를 할 때마다 보상을 해주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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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대응이 중요해졌다. 정부는 “대화를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오던 남북대화를 통한 북미협상의 불씨를 살려나가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의 카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북핵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애매하게 놓아둔 채 막연히 대화만 하는 것은 공염불일 뿐이다. 정부는 어설픈 대화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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