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비준과 관련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 간 합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대로 가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마찰 등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A 위반이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같은 정치·경제적 보복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경사노위가 노사 입장을 객관적·중립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교수와 공익위원 8명은 18일 공동명의로 ‘ILO 기본협약 비준 등에 관한 노·사·정 합의를 위한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했다. 위원들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노사가 대승적 결단으로 타협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적 합의를 완료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합의에 실패하면 공익위원 권고안 없이 논의 경과를 국회로 넘기겠다고 덧붙였다.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따라 실업자,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노동자 단결권에 관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냈다. 이어 경영계의 요구에 따른 단체교섭·쟁의행위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이었다. 하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가 팽팽해 진전이 없다.
공익위원들은 특히 핵심협약이 비준되지 못하면 EU와의 FTA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EU FTA에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EU는 다음달 9일까지 성과가 없으면 전문가 패널로 회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노사 간 입장을 객관적·중립적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경총은 공익위원 제언에 대해 “ILO 기본협약 비준의 시급성만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면서 경영계 요구사항은 노동계 반발이 약한 사항만 우선 고려하고 핵심 요구사항은 뒤로 미루자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주로 노동계 의견에 경도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경영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