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은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 겨우내 위축됐던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기를 되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봄철 피로증후군’인 춘곤증으로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는 한다. 식욕부진·소화불량·현기증 등이 찾아올 수도 있다.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조금 있으면 자작나무·오리나무·참나무·삼나무 등의 꽃가루가 날려 알레르기 비염·결막염 환자들의 고통지수가 올라가고 진료인원도 늘어나기 시작한다. 꽃가루가 지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눈의 충혈, 눈코 주변의 가려움, 두통 등을 유발한다.
춘곤증을 이겨내려면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봄나물과 영양제를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식사·운동·수면을 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이나 산책, 체내 흡수가 잘되는 활성비타민 B군과 비타민C·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성피로는 비타민B군이 체내에 부족해지면 나타난다. 티아민으로 불리는 비타민B1은 신경·근육 활동에 필수적으로 에너지 대사와 핵산 합성에 관여한다. 푸르설티아민과 벤포티아민 성분이 대표적이다. 푸르설티아민은 뇌 장벽을 통과해 뇌 신경에 티아민을 전달해줌으로써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수험생 등의 피로를 덜어준다. 벤포티아민은 다른 티아민 성분보다 생체이용률이 높고 빨리 흡수돼 육체적으로 피로하거나 운동을 즐기는 분들에게 필요하다.
체내 필수 미량원소인 아연(Zn)이 부족하면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결막염, 음식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 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 아연은 육류, 굴·조개류, 정제되지 않은 곡물 등 음식물을 통해 공급된다. 우리나라 임산부의 76%가 아연 부족 상태라고 한다.
알레르기 비염·결막염 진료인원은 3월부터 늘기 시작해 4~5월 1차 피크를 친 뒤 줄었다가 8~9월 2차 피크를 이루는 쌍봉낙타형 양상을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비듬, 바퀴벌레의 배설물·허물 등이 코점막을 자극하고 과도한 면역·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맑은 콧물, 재채기 등은 특히 아침에 심하다. 감기와 달리 발열 증상이 없고 지속기간이 길다. 인구의 13%(634만여명)가 진료를 받을 정도로 흔하고 환자 10명 중 3명은 12세 이하 어린이다. 증상이 심한데도 염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만성피로, 코골이·수면무호흡증, 학습장애, 성장저하, 우울증 등 정서장애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혈액·피부반응·항원유발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침구류 등 집안 청소를 자주 하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기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 등에 수 주 이상씩 지속되므로 코안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매일같이 사용하면 여러 증상을 개선하고 축농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꺼풀 안쪽 점막인 결막에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닿아 유발된다. 중금속·바이러스·세균 등이 뒤섞여 있는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지속적으로 결막에 달라붙으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염증이 생기고 충혈·눈곱·간지러움·이물감 등이 나타난다. 눈을 비비다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바이러스 침투로 안질환이 나타나기 쉽다. 진료인원 중 10세 미만(82만여명)이 20%로 가장 많다. 박종운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손을 깨끗하게 하지 않은 채 눈을 비비거나 만지는 등 손 위생의 영향이 크다”며 철저한 손 씻기를 당부했다.
안과에서 처방하는 점안제를 사용하면 보통 1~2주 안에 증상이 완화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할 경우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를 끼면 눈이 건조해져 충혈·가려움증 등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