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세계적 극장 ‘라 스칼라’, 인권탄압국 돈에 굴복?…“사우디 후원 안 받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극장 ‘라 스칼라’ 전경. /밀라노=로이터연합뉴스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극장 ‘라 스칼라’ 전경. /밀라노=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인 극장 ‘라 스칼라’가 “이탈리아 문화 자존심이 인권탄압국의 돈에 굴복했다”는 거센 비난에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계획을 철회했다.

라 스칼라 이사회는 1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5년 간 사우디로부터 1,500만 유로(약 191억원)를 후원받는 대신 사우디 문화장관을 라 스칼라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측의 거래를 없던 일로 하기로 결정했다.

라 스칼라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오늘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려 한다. 협력을 위한 다른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사우디와의 거래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살라 시장은 사우디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받은 300만 유로(약 39억원)도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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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탈리아 인권 단체와 정치권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표하는 극장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표적인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의 돈에 굴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사우디가 라 스칼라에 후원하고, 극장의 제반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진출을 희망하는 것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악화한 국가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게 이탈리아 정치권의 시각이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미국 언론에 기고했던 카슈끄지는 작년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한편 이사회의 승인 없이 사우디로부터 계약금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알렉산더 페레이라 예술감독은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까지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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