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원만히 해결하더라도 6.0% 이상의 고성장 시기는 진입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내 다수의 제조업계가 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고 부동산 거품이 실물 경제 하락에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9일 니어재단이 서울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니어시사포럼에서 “중국의 규모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10%에 불과했지만 2015년엔 60%까지 추격해왔다”며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불거져 다시 60%대로 떨어지면서 추격이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을 규모 면에서 추월하는 것은 예상보다 10년 뒤인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6% 성장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구조개혁 없이 수출, 부채를 통한 투자만으로는 고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지표상으로도 드러난다. 중국의 올해 산업생산 증가율은 5.3%로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내수 구매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 증가율도 8.2%로 15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자산투자 증가율도 19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나오는 경제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저성장 징후에 대해 상당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중국 정부가 재정을 통해 6%대의 성장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국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에 위기로 작용하지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수출형 가공전략에서 내수시장 진출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대(對)중 수출에서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출 비중이 2016년 기준 74%에 달하는데 이는 미중 통상마찰 위험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소형 디지털 가전, 아동제품 등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이 교수는 “80년대 미일 통상마찰은 한국 제조업에 기회로 작용했다”며 “갈 곳을 잃은 중국 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해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망을 통해 3국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