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8> 외국인투자 차별 없지만 우대도 중단..中시장 경쟁 치열해질듯

■ 40년 만에 바뀐 中 '외상투자법'

-외상투자법 제정 왜

대규모 부양책에도 투자 줄고

무역전쟁 후폭풍 커지자 '급조'

내용 줄여 기본적 규정만 담아

세부내용·정책흐름 파악 필수

-무슨 내용 담겼나

내·외국인 동등대우 원칙 속

지재권 보호·약속 이행 명문화

국가안보 관련 땐 안전심사 등

당국 입맛따라 기업 옥죌 수도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외상투자법’에 찬성하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외상투자법은 이날 투표에서 2,929명이 찬성, 반대·기권 각각 8표로 통과됐다.  /베이징=AFP연합뉴스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외상투자법’에 찬성하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외상투자법은 이날 투표에서 2,929명이 찬성, 반대·기권 각각 8표로 통과됐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지난 15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지막 날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의 외국인투자관리제도가 선진국 수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독소조항이 일부 있고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떠밀려 급조된 법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동안 불분명했던 투자규정들이 상당히 정비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중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대를 줄이는 대신 차별 또한 없애게 됨에 따라 중국시장을 두고 외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시장에 사활이 걸려 있기도 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보다 면밀히 중국의 법률과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40년 만에 바뀐 외국인투자법=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지난 1980년대 전후부터 잇따라 외국인 투자 관련 법률을 제정해왔다. 1979년 시행된 중외합자경영기업법을 비롯해 1986년에 나온 외자기업법, 1988년 중외합작경영기업법 등 이른바 ‘외자 3법’이 대표적이다. 이후 21세기 들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시대변화에 맞춰 기존 외자 3법을 대체할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지만 중국 내에서 별다른 동력을 얻지는 못했다. 기존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중국에 이익이 됐고 특별히 불편함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투자와 소비, 수출의 3대 엔진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핵심 중에 핵심이었다. 문제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2015년 1,300억달러선을 정점으로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잉부채로 금융 리스크가 커지면서 2015년부터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나섰는데 공교롭게도 소비감소가 겹치면서 경기둔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급격한 임금상승이나 환경오염, 중국 기업과의 경쟁격화 등으로 외국 기업들에는 중국이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투자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나선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중국 상무부 주도로 ‘외국(外國)투자법’이라는 이름의 개정안이 제안됐다. 당시 외국투자법은 모두 11장 170조의 방대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을 모두 고치려는 과욕이 역효과를 불렀다. 다른 기관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가운데 당시 이 법률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무려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하는 등 성장세를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외국인 투자 감소에 따른 타격은 컸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지난해 발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무역전쟁을 수습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명목상으로라도 개방확대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먼지가 쌓인 채 캐비닛에서 잠자던 2015년 ‘외국투자법’이 다시 수면 위로 나와 지난해 12월 ‘외상(外商)투자법’으로 수정안이 제안됐다. 무역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기대하며 만들어진 외상투자법은 불과 3개월여 만에 초고속으로 입법이 완료됐다.



2015A36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 현황


◇무슨 내용이 담겼나=
외상투자법은 내·외국인 동등대우 원칙 하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금융거래 자율권보장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존 ‘외자 3법’인 중외합자경영기업법·외자기업법·중외합작경영기업법을 통합했다. 외자 3법은 폐지된다. 기존 외자 3법이 ‘심사허가’를 준 후 외국인 투자를 ‘우대’하는 정책이었다면 이번 법률은 ‘내국인·외국인 동등대우’ 원칙을 강조했다. 과거 명목상으로 우대한다면서 기술이전 강요 등 실질적으로 차별했다면 앞으로는 우대도 없지만 차별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법안 22조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및 강제기술이전 금지’ 규정이 담겼다. 이 조항은 이번에 급히 이 법률이 제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동안 중국에서 안 됐던 것이 명문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25조의 ‘지방정부의 약속 이행 강화’ 조항도 중요하다. 외국 기업, 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정부의 우대혜택을 믿고 투자한 경우가 많았다. 투자유치 후 지방정부의 책임자가 바뀔 경우 후임자가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분명히 한 것이다. 15·16조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중국 산업표준 제정업무에 공평하게 참여하며 정부조달 업무에서 중국 기업과 평등하게 대우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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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조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소득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외환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세부규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26조에는 ‘외국투자인기업의 민원처리’에 대해 규정했다. 외국인투자가가 합법적 권익이 침해받았을 경우 민원처리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경우 이런 규정이 다른 법에 없어 역차별 주장이 중국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외자정보보고제도와 안전심사제도를 다루는 34·35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기업등록시스템과 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에 기업투자정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으며, 특히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안전심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중국에서는 안보 분야가 아주 광범위하게 해석되는데 이번 명문화가 기업활동을 더 옥죌 가능성도 있다. 40조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특별히 삽입됐다고 한다. 향후 무역분쟁에서 보복을 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외국 기업 불만 요인 여전…韓도 리스크 관리 필요=외상투자법은 모두 6장 42조로 당초 외국투자법에 비해 내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베이징다청법률사무소의 퉈웨이 변호사는 “과거 외국투자법은 거의 모두를 망라하면서 사실상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번에 만든 외상투자법이 법률로서는 완결성이 있다”고 말했다. 퉈 변호사는 다만 “간접투자 등 이번 외상투자법에 들어가지 못한 내용이 많아 장기적으로는 보다 확대된 ‘외국투자법’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기업들의 반응도 곱지 않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새 법안을 환영하지만 법안의 조항들이 매우 일반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토록 중요하고 광범위한 법안이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발의된 것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35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조항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국가 보안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심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주중 유럽연합(EU) 상의도 외상투자법이 미중 무역협상과 올해 전인대 일정 사이에 끼여 급조됐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내용이 간략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번에 입법된 외상투자법이 외국인 투자 유치 관련 ‘기본법’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이 법률에서는 원칙만 정리하고 세부 사항은 각 부처의 규정이나 지방정부 조례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의 김윤희 박사는 “외상투자법은 큰 틀의 원칙적인 규정이기 때문에 실행을 위해서는 국무원 각 부처와 지방정부 등 현장에서의 ‘집행’이 중요할 것”이라며 “내년 1월 시행에 맞춰 우리 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 흐름, 동향 등을 잘 숙지해 경영전략 전반에 반영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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