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구부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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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구부리려는 것들은 구부러진 것들을 닮는다. 강물은 강을 구부리느라 뱀 허리가 되고, 바닷물은 해안선을 구부리느라 쉴 새 없이 남실거린다. 시간은 능선을 구부리느라 모난 발꿈치가 둥글어지고, 목수는 처마를 구부리다 활처럼 등이 굽는다. 길손은 오솔길을 구부리다 제 삶을 에돌아가고, 오늘도 나를 구부리려는 세상은 결국 나를 닮을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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