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유럽 문까지 연 일대일로…伊탈에 뿔난 서방

中, 伊 제노바 등 항구 4곳 투자

'해양실크로드' 외연 확대 성공

印尼·파키스탄 등 亞서도 훨훨

경제난 국가 중심으로 발 넓혀

美·EU, 伊향해 잇달아 쓴소리

트럼프, 이웃小國 '군기' 잡을 듯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주춤했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외연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주요7개국(G7) 가운데 하나이자 서유럽 핵심국인 이탈리아를 끌어들이며 사업 확대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세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식 블록경제권인 일대일로가 끊임없이 확장하면서 미국 등 서방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24일 시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에 발맞춰 중국이 제노바·트리에스테· 라벤나·팔레르모 등 이탈리아 항구 4곳과 투자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공식 참여는 G7은 물론 서유럽 국가 중에서도 처음이다. 지금까지 일대일로에 참여한 유럽 국가는 남유럽의 그리스나 세르비아·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에 한정됐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투자협력은 해상 실크로드의 출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대일로는 ‘일대’인 실크로드 경제 벨트, ‘일로’인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로 각각 이뤄지는데 해양 실크로드는 중국 광저우에서 이탈리아까지다. 반면 미국·서유럽 동맹 입장에서는 입구가 뚫린 셈이다

이번 시 주석의 유럽 순방 중 체결될 중·이탈리아 양해각서(MOU)에는 양국이 도로와 철도·교량·민간항공·항만·에너지·통신 등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럽 시장 접근을 위한 항만 투자가 관심을 끄는데 제노바·트리에스테·라벤나·팔레르모 등 4곳이 유력하다.



일대일로는 동남아에서도 세력을 넓히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103조원 상당의 인프라 건설사업을 중국 투자자들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조정부 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일대일로 관련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중국 투자자들에게 28개 프로젝트, 911억달러(약 103조원) 규모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제안할 프로젝트는 북수마트라·북칼리만탄·북술라웨시·발리 등 4개 주에 항구와 산업단지·발전소·관광지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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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전날 베이징에서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첫 ‘중국·파키스탄 전략대화’를 갖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필리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은 라오스 대표단을 각각 만나 일대일로 저변 확대에 나섰다.

일대일로에 적극적인 이들 국가는 대부분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다. 이미 경기 침체에 빠진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파키스탄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이들에 일대일로는 중국 자본의 수혈인 셈이다. 다만 중국 경제도 최근 좋지 않아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경우 일대일로 국가들 전체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중국이 자금력을 무기로 블록경제권을 확대하는 데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미국에 대한 모독”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럿 마키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동참은 EU의 공동 입장과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플로리다에서 도미니카공화국·아이티·자메이카 등 서인도제도 인근 국가 정상들과 경제협력 및 베네수엘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는 것을 두고 ‘중국의 일대일로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군기잡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전날 백악관은 성명에서 “중국의 약탈적 경제행위도 논의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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