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는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보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글을 비롯해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글로벌 기업들은 산업 경계를 넘어 인슈어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보험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인슈어테크에 대한 투자는 지난 2012년 3억7,000만달러에서 2017년 22억1,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중국 보험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활용한 신수익 모델 창출에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 확대와 중국 정부의 지원이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중안보험은 2015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와 함께 당뇨병 환자의 건강상태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탕샤오베이’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으로 혈당측정 의료기기와 의료정보 전송, 빅데이터 구축, 원격 병원 진료를 연계한 수익 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중국 알리안츠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관리하는 상품인 ‘카이시’를 개발했다. 디지털 디바이스로 태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 원격의료 상담을 통해 임산부의 영양 상태와 활동량을 확인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인슈어테크와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지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은 다양한 신상품이 매해 쏟아져나오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UHC)의 ‘모션’ 상품은 웨어러블 기기로 가입자의 도보량을 측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연 11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랩터스는 건강 위험을 분석하는 데 있어 계리적인 가정보다 보험가입자 개개인의 셀카 사진이 더 도움된다고 판단, 셀카를 통해 나이와 체질량지수(BMI) 등을 분석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헬스케어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7년에 출시된 다이이치 생명의 ‘건강제일’ 상품은 스마트폰을 통해 연령·BMI·흡연량·음주량 등 건강정보를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해준다. 일정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일본주우생명은 IT 업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건강정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해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호주 1위 통신사 텔스트라는 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환자와 의사, 의사와 서비스 공급 기관, 서비스와 정보를 적재적소에 연결하는 통합 헬스케어 상품을 개발했다.
외국 보험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헬스케어와 접목한 다양한 보험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는데 국내 보험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 고객이 운동을 열심히 해 보험금 지급 확률을 낮추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줄여주는 식으로 상품을 운용할 경우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부처나 이익단체 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스타트업이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려면 법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헬스케어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조만간 ‘비의료 건강관리 매뉴얼’을 내놓고 9월에는 고가의 웨어러블 기기도 보험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이미 지쳐버린 보험사들은 의욕이 많이 꺾인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산업의 추이를 봐가면서 선제적으로 관련 법령을 바꿔줘야 하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마치 보험사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규제만 하려 한다”며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당국의 견제까지 더해지다 보니 해외 진출은 꿈도 못 꾸고 좁은 국내에 머물면서 뺏고 뺏기는 경쟁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