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 의아했죠. 명품 매장이 즐비한 건물에 성형외과가 떡 하니 있더라고요.”
H 성형외과가 위치한 건물에서 고가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건물은 보통 직육면체 형태인 일반 상가 건물과 달리 기하학적 디자인의 건축적 요소가 가미됐다. 이 같은 특성에 맞게 해당 건물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의류 매장을 비롯한 각종 명품 매장이 입점해있다. 이런 매장들 사이에 H 성형외과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부진 프로포폴 상습 투약의혹’을 받는 H 성형외과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우선 1인 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H 성형외과가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보통 강남 일대 성형외과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H 성형외과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우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H 성형외과는 고위층 대상 고가 시술로 수익성을 맞췄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근 상가 관계자는 “해당 병원 고객들은 건물 뒤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부 엘리베이터로 곧장 3층으로 향해 누가 드나드는지 알기 어렵다”며 “고위층 고객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H 성형외과는 21일 오전부터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에 이어 경찰과 보건소의 현장 점검이 예정된 직후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H 성형외과의 프로포폴 등 마약류 관리 실태를 21일 오후 2시30분부터 점검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당초 경찰은 22일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광수대와 강남서, 보건소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정보다 앞당겨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 담당을 광수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버닝썬 사태’ 등 강남 경찰의 유착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또 다른 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은 보건소와 합동으로 H 성형외과의 마약류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보건소는 진료기록부와 마약부 반출입대장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점검은 H 성형외과에서 2016년 1~10월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던 A씨가 이 사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지만 병원은 이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경찰은 이번 조사가 이 사장을 직접 겨누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당 병원을 내사 중이고 병원 내사 결과에 따라 향후 이 사장을 내사하거나 수사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부진 사장은 21일 호텔신라 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2016년 왼쪽 다리에 입은 저온 화상 봉합 수술 후 생긴 흉터 치료, 눈꺼풀 처짐(안검하수) 수술을 위한 치료 목적으로 수차례 해당 병원에 다닌 적은 있지만 보도에서처럼 불법투약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