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쯤해서 북미 중재자論 再考 어떤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북미가 비핵화와 제재해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손발이 묶여 있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하노이 회담 이후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놓고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동맹국의 기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나 제재완화에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지난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은 한국으로 하여금 북한 편에 서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미국의 승인과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 당국이 무슨 힘으로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자기 처지를 망각한 주제넘은 처사”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면 미국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남북경협 재개 주장에 너무 앞서나간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에서 한발 나아가 촉진자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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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중재자란 어느 쪽과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여야 하고 이를 추동할 만한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공정성이 생명인 중재자가 일방적으로 북한 편이나 거들고 있다는 의심을 사거나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게다가 비핵화 빅딜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계속 중재자를 고집하다가는 원활한 협상은 고사하고 자칫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대북정책도 변화를 줘야 할 시기다. 통하지도 않는 중재자론을 고집하면 되레 일을 그르칠 뿐이다. 정부는 어설픈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굳건한 한미공조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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