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국내 부동산 고점론을 꺼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강원도와 남해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도 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텔이나 레저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올해 1·4분기 그룹 해외 법인의 세전이익을 약 700억원으로 예상하며 일본 진출, 인도 시장 확대 등 미래에셋의 ‘새로운 진화’를 모색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겠다고 공식화했다.
미국 뉴욕 출장 중인 박 회장은 25일 임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편지를 보냈다.
박 회장은 먼저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념한다고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글로벌X 인수 이후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며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좋은 회사를 만들어 후대 경영인들에게 글로벌 미래에셋을 물려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밝혔다. 글로벌X는 지난 2008년 설립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2월 인수했다. 박 회장은 “올해 1·4분기 그룹 해외 법인이 약 700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숫자보다도 미래에셋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기쁘고 값지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여전히 갈증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이날 공개한 박 회장의 편지에는 부동산 전망 등이 빠졌지만 원문에는 포함돼 있다. 원문을 보면 박 회장은 “국내 부동산은 일부 청정지역을 제외하고는 우하향선상에 진입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사내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대로인 셈이다. 호텔 및 레저 관련 부동산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했다. 박 회장은 “국내외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할 플랜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강원도와 남해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편지 원문에서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산업 관리에 관한 법률(금산분리)의 상충 문제에 대해서도 아쉬움도 표했다. 박 회장은 “(대규모 투자 및 사업에 앞서) 자본시장법과 금산법의 상충이 주저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를 도입해 자본을 최대한 쌓으라는 요구와 최대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해외진출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우리 아이들과 다음 세대가 살아갈 나라, 사랑해야 하는 우리나라다”고 운을 뗀 뒤 “미래에셋이 고객과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썼다. 제도적 한계는 있지만 더 큰 품으로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녹여낸 것이다.
직원에 대한 당부도 담았다. 박 회장은 “해외에 머물면서 나이나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경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체감한다. 우리에게 흔하지 않은 50대 승무원, 나이 많은 호텔 서비스 스태프와 자주 마주친다”면서 “경륜과 활력이 만나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운동 꾸준히 하고 활기 있게 보내라”고 글을 맺었다./김민석·이혜진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