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그널 초대석] "中진출 韓기업 철수 많지만 기술력 있으면 여전히 통해"

■ 최산운·장봉학 법무법인 광장 중국팀 변호사

사드 갈등에도 두산-로볼 맞손

화학·서비스·신기술 분야 유망

법무법인 광장의 최산운(왼쪽)·장봉학 변호사. /성형주기자법무법인 광장의 최산운(왼쪽)·장봉학 변호사. /성형주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중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17년 11월.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최대 농기계 업체인 로볼의 손을 맞잡기로 결정을 내린다. 중국에서 연간 12만대의 농기계 시장을 움켜쥔 로볼의 제품에 자체 개발한 친환경·고효율 소형 엔진인 G2엔진을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50대50으로 공동 출자한 중국 내 합작법인인 ‘로볼두산’을 설립했던 것도 이 때문. 오는 2020년 1만대를 시작으로 2026년 10만대까지 늘려 막 태동하는 친환경 농기계 시장을 잡겠다는 게 목표였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 등 한국 대표 제조·유통기업을 무릎 꿇게 한 사드 갈등을 뚫고 양국을 잇는 가교가 놓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25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최산운·장봉학 법무법인 광장 중국팀 변호사는 ‘기술 경쟁력’을 이유로 꼽았다. 최 변호사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원인에 정치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과 하이닉스 반도체처럼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SK그룹이 석유화학 분야에서 중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장은 로볼두산을 비롯해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 등의 법률자문을 맡는 등 국내 로펌 중 최고 수준의 중국 인수합병(M&A) 전담팀을 꾸리고 있는 곳이다. 광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변호사 아홉 명 중 한 명인 최 변호사는 중국인민대 법학원 석사를 마친 뒤 1999년부터 중국 로컬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2004년 광장에 합류했다. 장 변호사도 중국 정법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딴 뒤 2007년부터 광장 중국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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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 시장에 백기를 든 뒤 철수하는 한국 기업은 늘고 있다. 최 변호사는 “홍진크라운이라는 오토바이 헬맷 제작업체가 2000년대 초반에는 직원이 1,300명이었지만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고 2018년 초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형태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에 장 변호사는 “청산 절차가 번거로워 시간이 많이 걸렸었지만 중국 당국도 최근 절차를 간소화했다”며 “사전에 준비만 제대로 된다면 청산에 들이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산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석유화학과 서비스업, 신기술 기업 등의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최 변호사는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늘어나는 부가가치는 지금의 6%가 10년 전의 10%일 수 있다”며 “경기둔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수를 확장하겠다는 중국 정부 의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은 중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다. 장 변호사는 “중국 당국이 지금까지 심사한 수천 건 중 공식적으로 승인을 불허한 사례는 코카콜라의 중국 토종 주스 제조업체 인수를 비롯해서 단 두 건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중국 정부가 이번 M&A의 경쟁 제한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인 만큼 한국 경쟁 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중국 시장이 활로가 될 있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최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휴대폰으로 발급되는 주민등록증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게하는 것도 일부 시행하고 있을 만큼 규제가 많지 않다”며 “최근에 좋은 기술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과 합작해 본토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박호현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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