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족쇄인 ‘러시아 커넥션’(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되면서 내년 재선을 겨냥한 그의 대선 채비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지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정황을 찾지 못한데다, 특검팀이 유보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법무부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혀 온 민주당 일각의 탄핵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수사 보고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를 주장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어 양측 공방전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을 인용해 뮬러 특검이 지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한 정황을 찾지 못하면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할 명분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민주당은 뮬러 특검 조사가 탄핵의 초석이 되기를 바랐지만 이제 그러한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26개월에 접어 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22개월에 걸친 뮬러 특검은 지긋지긋한 악몽과도 같은 ‘정치적 아킬레스건’이었다. 지난해 중간선거 결과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민주당은 올해 1월 의회가 개원 전부터 탄핵론을 꺼내 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을 멈추라며 맞섰다. 이달 초 뮬러 특검의 ‘1호 기소자’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 1심 판결에서 47개월형을 선고받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키웠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대해 170차례 이상 ‘마녀사냥’이라고 불렀다면서 “로버트 뮬러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 경기 후퇴 등 동시다발적 악재로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 커넥션’ 의혹을 벗고 본격적인 재선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캠프의 ‘러 커넥션’ 공모 증거가 없다는 뮬러 특검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되자 ‘트럼프 2020 캠프’는 “(러시아) 공모는 날조됐다(COLLUSION HOAX)”는 제목의 e메일을 배포하며 역공에 나섰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2020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오늘은 특검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정당성을 인정받는 날”이라면서 “러시아 커넥션 음모 이론은 가짜였고 민주당의 사기였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탄핵 위기에서 벗어났다고는 해도 민주당이 특검보고서 전면 공개, 바 법무장관 청문회를 압박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어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뮬러 특검이 사법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 입장을 보인 만큼 민주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를 물어 또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러 커넥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12건의 별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각한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체 없이 완전한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