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는 각개격파로 전담조직 구성, 외부 전문가와 기업 간 협업 등을 통해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에 얽매여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보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보험소비자들 사이에 적잖은 호응을 받고 있다. DB손해보험이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운전자습관연계보험은 현재까지 30만명 이상 가입했으며 매달 3만명씩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운전자습관연계보험은 내비게이션으로 수집한 운행속도와 급출발·급제동 등 정보를 통해 안전운전을 한 것으로 분석되면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신한생명은 최근 치아 건강 관리기기로 직접 치아를 관리하고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업계 최초의 건강증진형 치아보험인 ‘참좋은덴탈케어보험’을 출시했다. 스타트업인 프리즈머블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보험이다. 프리즈머블의 치아 관리기기인 ‘덴티노트’로 치아상태를 측정하고 사진으로 찍어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치아의 세균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IT 기업,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나 투자도 점차 늘고 있다. 삼성생명은 헬스케어·보험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일반 벤처투자와 달리 외부기술 도입, 신사업 진출 등 전략적 목적에 초점을 맞췄다. 당장 투자수익을 올리기보다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다. DB손해보험은 데일리금융그룹을 시작으로 카카오·레이니스트·보맵 등과 제휴를 맺어 인슈어테크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생명도 그룹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드림플러스를 통해 디지털·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보험 업계의 틀을 깬 발상도 눈에 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험 신규가입이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보장범위를 세분화하고 보험료를 낮춘 미니보험, 가입자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 가입 가능한 DIY(Do It Yourself)가 최근 인기다.
보험 바깥의 서비스까지 보험시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016년 말 금융 업계 최초로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요양 서비스 시장 확대에 발맞춰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에게 일반 요양병원보다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강동구의 강동케어센터를 통해 주야간보호(데이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는 아예 입소해 생활하는 선진국형 요양시설인 ‘골든라이프빌리지 위례’가 문을 열었다.
보험 업계는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015년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4위인 PTI손해보험을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프랑스 프리보아보험의 합작사인 프리보아베트남생명보험에 지분을 투자했다. 베트남은 보험의 비중이 미미한 대신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100%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인 프리보아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