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엄격한 이사선임 '특별결의' 부메랑으로

자승자박된 정관

대부분 상장사 과반찬성 '일반결의'

대한항공 IMF때 M&A방어차 강화

내년 한진칼서도 이사연임 실패 땐

오너 일가 그룹지배권 사실상 상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003490)의 엄격한 이사 선임 요건이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20년 전 경영권을 지키려 바꾼 정관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날아온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주총 참석 주주의 2분의1 이상 동의(일반결의)로 규정하는 것보다 엄격한 특별결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상장사 중 대한항공처럼 이사 선임을 특별결의로 하는 경우는 특이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려면 66.7%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는데 찬성률이 64.09%에 그치면서 대표이사직을 내놓게 됐다.


대한항공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대한항공 이사 선임 요건 정관을 보다 엄격하게 변경했다. 조 회장 일가에 우호적인 인물 위주로 이사회가 꾸려졌다. 그렇게 20년을 안정적으로 경영해왔다.

관련기사



하지만 그것이 되레 독이 됐다. 국민연금(11.56%)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외국인(20.5%) 주주들도 반대표를 던지면서 조 회장은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관심은 내년 한진칼(180640) 주총으로 모아진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진칼 조양호 회장 및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만기가 오는 2020년 3월이기 때문이다.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 사실상 오너가가 그룹 지배권을 잃는다. 다만 한진칼은 사내이사 선임이 일반결의고 국민연금과 KCGI가 협업한다고 해도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많아 무리 없이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이 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시점이 될 것”이라며 “1년간 조 회장 일가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가 경영권 유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